위자료로 병원비를 챙겨보자.
내 글쓰기 실력을 이렇게 쓰긴 싫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또 회사 노트북을 집에 두고오는 바람에 한참 지각을 할 판이었다. 보통때 같았으면, '팀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노트북을 두고 나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얼른 가겠습니다.' 이렇게 연락을 했겠지만, 이 자식한테는 그러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냥 휴가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내일부터 매일 출근을 하라는 것이다.
재택 시킬 땐 언제고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서 안 하던 재택도 해야할 판에, 출근을 하라고? 이 새끼는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하인이야? 내가 너때메 잠이 안와서 먹는 약 때메 아침에 못 일어 나서 지각을 하긴 했지만 고작 그걸로 내가 근무태만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겠지? 넌 허구헌날 5시 퇴근하잖아 xx놈아..
내가 굳이 쳐다보기도 싫은 너랑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긴 싫었는데, 도저히 안되겠구나. 소송은 어차피 다의 법률 대리인이 할테니. 너 차에 타봐. 나 못 참겠어. 나 너에게 위자료를 받아야겠어. 너에게 법의 쓴맛을 보여주겠어.
지난 주 나 빼고 하하호호 즐겁던 팀 회의 후 너무 빡쳐서 인사팀에 보내려다가 참은 메일을 다시 꺼내서 오늘 아침 바로 보냈다. 그치. 이런 신고는 월요일 오전이 제 맛이야. 날 팀에서 내보내려다가 실패했었지? 어리석게도 그걸 나한테 말했고 말이야. 다행히 나는 네가 나에게 빅엿을 먹일 때마다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그것을 알려왔단다. 이것들이 너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좋은 증거가 되어줄거야.^^
생각해 보면 누구보다 남의 일에 잘 분노하고, 정확한 대처 방법을 코치해 주는게 버릇인 내가 정작 내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 했다는 것이 놀랍다. 왜 여태까지 그 흔한 산재 신청도 안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동안에도 계속 나는 내가 지금 부당한 일을 당한 것인지 아닌지 누군가에게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에게 이야기 한 것도 모두 다 그런 확인 받기의 일환이 아니었을지.
괜찮지 않은 건 없다. 내가 화나는게 맞을까? 내가 슬픈게 맞을까? 내가 느끼는 내 감정인데 맞고 틀리는게 어디있는지. 나는 유능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 이제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지. I commit, when I commit. (나는 할 땐 한다.) 어떤 미드에서 나온 대사인데, 내 좌우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