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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정 Jan 05. 2021

코로나가 남긴 것들

우리 회사에도 확진자가 나왔다

2020년은 코로나의 해였다. 코로나 말고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또 그만큼 성장하기도 했지만, 그 순간은 항상 마스크와 함께였다. 정말 사안이 많이 엄중해 진 것이 우리 회사에서도 세명이나 확진자가 나왔다. 나도 간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하필 확진자가 나온 날 부모님 댁에서 반찬을 받아오는 바람에 코로나 검사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면서 혼도 났다. 혼 날 땐 역병환자 취급 받는게 억울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안일했다. 


하지만 가장 황당한 건 회사의 대처였다. 확진자가 나온 곳은 별관이었는데, 복지부가 경고한 '3밀'에 모두 해당하는 공간이었다. 밀집, 밀폐, 밀접. 좁은 공간에 6명의 근로자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겨울철이라 환기도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창문을 근무시간 내내 열고 있다고 해도 환기가 잘 될까말까한 작은 창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거긴 우리 부서장의 관할하에 있는 곳인데, 부서장은 재택을 원하는 직원들을 모두 출근 시켰다. 


최초 확진자는 가족 중 한명이 목사였는데, 그 사람에게서 전염되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본인은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확진이 되었다고 하고,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목사인 가족에서 전염이 되었다고 한다. 가족이 목사면 회사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교회가 막무가내여도 나름대로 방역 수칙을 다 지키고 마스크도 끼고 예배했을텐데, 그런 것 까지 회사에 알려야 하는 건가 싶었다. 별관 직원 총 6명 중 3명이 확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본관 직원의 가족이었다. 


임원은 우리 부서장을 불러다가 왜 본관 직원의 가족이 별관에 근무하는 걸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냐고 질책했다. 알았으면 뭐가 달라지나?? 별관직원은 본관 직원과 무조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만 근무할 수 있나? 부서장은 자기 마음대로 이 팀을 만들어 놓고 하나도 책임은 지지 않았고,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며 이 부서 직원들만 별관으로 보내버렸다. 참고로 별관직원은 모두 계약직이다. 


난 회사가 이 별관직원들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인사팀에서는 부서별 50% 재택 근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를 어기고 확진자가 발생하도록 방조한 부서장에게는 어떤 징계도 거론되지 않았다. 지병으로 입원한 사람한테 2백씩 위로금을 쥐어주면서, 코로나로 출근하지 못하는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백화점 상품권 하나 지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확진 소식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본관은 아무도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그랬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코로나가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 처음에는 보고도 믿지 못했는데 우리 회사의 확진자 사태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코로나가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를. 


매스컴은 연일 철없이 모임을 하고 술을 마시는 개인들, 교회들을 비난한다. 국가도 개인들의 연말 모임을 다 차단하고, 이웃은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다른 이웃을 경찰에 신고한다. 병에 걸리면 그건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 된다. 그냥 출근 하래서 출근한 것 뿐인데 대역 죄인이 된다. 그 사이에 이 팬데믹의 진짜 책임자들은 교묘하게 감시의 시선을 빠져나간다. 재택근무를 시키지 않는 회사들, 마스크가 소용 없을 정도로 심한 육체노동을 시키는 회사들, 거리두기가 어려운 환경, 임대료를 절대 낮추지 않는 건물주들....


엘론 머스크가 작년 한해 몇 조를 벌어들였다고 하던데..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가벼운 불안부터 중증의 공황을 느끼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지고, 자살을 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렇게 사라진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더욱 슬픈 것은 그 사이에도 이득을 보는 이들은 계속해서 이윤을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자조하던데, 그렇다면 뚜렷한 대책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큰일이다. 그 누구도 우리가 잃은 것, 또 우리 중 사라진 누군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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