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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정 May 04. 2022

신입때는 원래 다 이런 줄 알았어요

점심시간에 동료 직원과 얘기를 하다가 예전에 신입사원 시절 있었던 일화가 하나씩 떠올라서 들려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말도 안되는 미친 얘기들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어딘가에 기록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는 취업을 좀 갑작스럽게 하게 됐는데, 원래는 이 회사에 눌러 앉을 생각이 1도 없고 그냥 아르바이트 몇 개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이력서를 보내보라고 하길래 그 당시 취준생이라 따로 이력서 만들기도 귀찮아서 구직용 이력서를 보냈는데, 그 이력서를 보고 여기에 새로 생기는 팀에 들어오지 않겠냐 제안을 받았다. 그 후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 케이스다. 그때까지만 해도 3년만 다니고 관두려고 했는데 이직이 잘 안됐다. 그래서 결론적으론 지지고 볶으며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는 영화사에서 3개월 인턴을 하다가 들어온 회사여서 사실 회사 업무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처음 몇개월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거였고 한 4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계약직으로 채용이 되고, 그러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 그런 특별 채용이었다. 정식 공채가 아니었기 때문에 임원 면접도 없이 채용이 됐다. 지금이라면 말도 안되는데 그 시기에는 회사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서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 팀이 당시 신생팀이었기 때문에 충원이 너무 급했고, 그래서 바로 데려다 쓸 수 있는 나를 뽑은 것 같았다.


우선 처음에 그 팀에 파트타임으로 갔을 때 그 팀에는 대리 한명에 팀장 한명이 있었다. 팀장 1, 대리 1, 파트타임 직원 1.. 엄청 소규모 팀인데 당장 그 이듬해 11월에 외국에서 300명 규모로 손님이 오는 국제 행사를 치러야 하는 프로젝트 하나랑 2000명 규모 컨퍼런스 행사 기획 해야 되는 프로젝트 2개가 있었다. 계획 짜고 일해야 될 대리새끼는 맨날 일도 하나도 안하고 그래서 내가 쫌쫌따리로 그 새끼 일을 다 도맡게 되었다.


안 그래도 계산 못하고, 꼼꼼하지도 않은데다가 엑셀도 학교에서 교양으로 들은 게 전부였는데 갑자기 예산안을 짜라고 했다. 업체들한테 예산 받아서 그거 견적서 항목들을 코딩하고, 금액 비교하는 뭐 그런 일이 맨 처음 하게 된 업무였다. 파일 비교해서 항목별로 코딩해서 금액 짜 맞추는거 지금 하라고 하면 진짜 쉽고 얼마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그때는 처음 하는 일이라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그런데 원래 그 일을 해야되는 대리놈은 6시 칼퇴하고 자빠져 있고, 파트타임 직원인 내가 남아서 밤까지 야근하고 집에 가져가서 하고 주말에도 매달렸다. 자꾸 코딩이 어긋나고 금액이 달라지니까... 팀장은 본인이 회계사인데다가 성격도 더러워서 숫자 안 맞고 내가 자꾸 대답 잘 못하니까 급기야 종이 집어 던지고, 짜증내고 화내기 일쑤.. 1년차때는 몇번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 쉬바..


팀장도 그 대리새끼가 아무 일도 안하고 있어서 내가 모든 일을 다 하니까 그런 문제가 생긴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대리한테 일을 시켜보려고 하는데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사람은 우리 회사 타노스 급 빌런으로 회장 할아버지가 와도 절대 말을 안 듣는 그런 미친놈이었다. 결국 그 사람이랑 팀장이랑 시시때때로 싸우다가 한번 진짜 야, 너 어쩌구 막말 하면서 언성 높이고 싸우게 됐고 그 대리가 다른 팀에 가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 대리가 나가는 시기에 신규 채용도 진행해서 통대 나온 통번역사도 채용하고, 회계사 연구원도 한명 더 채용하고, 다른 대리도 충원해서 내가 계약직으로 채용될 시기에는 팀원이 5명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숫자로 씨름하던 일도 회계사 연구원이 가져가면서 내 일도 많이 줄어든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매니저인 팀장의 지나친 꼼꼼함, 그리고 경영진을 설득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때문에 결정이 미뤄지거나 바뀌기 일쑤였다. 그 과정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하청업체 사이에 껴서 하청업체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다 채워야 했고 결국 그 2013년 300명 규모의 국제 행사는 전부 다 내가 도맡아서 하게 됐다. 통번역사 쌤은 그때 갑자기 진행되는 다른 프젝 하느라고 맨날 새벽에 집에가고, 회계사 연구원놈은 맨날 칼퇴하고 뺀질뺀질 거리고 돈만 딱 만지고 나머진 아웃오브안중이었기 때문에 일 할 사람은 나 뿐이었다.


다른 부서에선 업체 끼고 하는데 무슨 일이 많냐고 했지만 업체에서 갖고 오는 것마다 맘에 안 든다고 팀장이 다 까니까 업체가 있으나 마나였다. 기념품 하나 주는 것도 아이디어 갖고 오는거 맘에 안든다고 다 까다가 인사동 가서 결국 직접 사고, 행사장 디자인도 아이디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내가 한땀한땀 알아보고, 무슨 행사 장소가 맘에 안 든다고 다른 곳 자기가 알아본 곳으로 해야된다고 해서 데리고 답사 다니고, 뭐 이미지 하나 간단한 거 제작하는 것도 레퍼런스 일일이 찾아서 업체에 알려주고, 그나마도 자꾸 맘에 안 든다고 해서 내가 포토샵으로 작업을 다시 해야될 정도로 비위 맞추기가 힘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300명이 한 나라에서 오는게 아니고 전 세계에서 오다 보니까 나라별로 필요한 비자가 다 달랐는데, 비자 발급하는데 초청장이 필요하고, 양식도 다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한마디로 참가자 관리도 다 내가 했단 소리. 거기다 초청장 발급 업무 하는 협력 업체 직원이 얼타니까 괜히 팀장이 또 개난리 쳐가지고 그 직원은 퇴근 후에 우리 사무실로 와서 나랑 같이 야간을 했어야 했다. 나도 미치겠는데 그 직원도 챙겨야 하니 죽을 거 같았다. 맨날 야근하고 돈은 돈대로 못 받고 팀장 기준에 맞추느라 하청업체에다가 맨날 뭐라고 하니까 갑질하는 사람 돼서 욕은 욕대로 쳐먹고 하....


그나마 다행인건 그렇게 야근을 개같이 해서 팀장의 신임을 얻었다는거..? 갑자기 일알못 막내에서 에이스가 되어서는 프로젝트가 끝날때 쯤엔  못하거나 실수를 해도 예전만큼 소리 지르고 화를 내지는 않게 되었다. 대신  말고 새로운 타겟이 생겼다. 그리고  새로운 타겟은 1년여간 버티다가  퇴사 했다. 회사 10 넘게 다닌 사람이었는데 오죽했으면 그만 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팀장 밑에서 관둔 사람이  명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사람이라는 말밖엔  나온다. 이렇게 유난 개유난을 떠는 사람은 진짜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 ..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환장할 인간들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일이라도 많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팀장이   많은  알고 거기서  갈구진 않아서 이게 나았던  같기도 하다. 이후에 했던 여러가지 감정 노동에 비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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