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무실에 월급루팡이 산다

월급루팡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켜냈을까

by 케일린
"당신의 사무실에도 월급루팡이 있나요?"


질문 하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핑계처럼 들리지만, 아니 핑계다.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면서도,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글로 주저앉히는 일에 매우 게을렀다. 그저 월급루팡을 한 번 째려보고, 한숨 쉬고, 속으로 욕 한 번 하고 지나가곤 했다. 예의나 상도덕은 개나 줘버린 월급루팡의 모습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찬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다.


마음의 쓰레기장에서 풍기는 악취는 도저히 일으킬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게으른 나를 일으켜 세웠다. 키보드와 모니터 앞으로 나를 이끌어낸 월급루팡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면, 눈을 들어 보기만 하면 됐다. 월급루팡을 보면서 드는 오만 가지 감정과 생각을 그저 잡아서 잘 정리하기만 하면 글 한 편이 완성됐으니.



내 마음을 지켜냈느냐 물으신다면

여전히 월급루팡은 살던 대로 살고 있다. 여전히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하다. 요즘은 그려려니 적응되는 것이 더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글로 감정을 풀어내고 흘려보낸 만큼 마음에 여유공간이 조금 생겼다. 복잡하고 설명되는 않던 감정들이 글을 쓰면서 보다 선명해졌다. 근원을 알 수 없던 괴로움은 조금 줄어들었다.


처음엔 말한 것처럼 내가 회사 대표도 아니고, 월급루팡 부모도 아니고, 어찌 그를 바꾸겠나. 바꿀 수 있는 내 마음을 바꿔야지. 그 과정에서 마음만 바꾼 것이 아니라, 글 쓰는 근육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 글감의 원천이 되어준 월급루팡에게 감사를 전한다. 세상에 월급루팡에게 감사할 일이 생길 줄이야. 역시 뭐든 하고 봐야 한다. 그러면 남는 게 생긴다. 후회든, 교훈이든, 어설픈 결과물이든.





항상 다른 사람이나 외부에 있는 것을 설명하는 글만 쓰다가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하나의 주제로 긴 연재를 해본 경험도 처음이다. 일 안 하고 농땡이치는 월급루팡의 모습이 매일매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내용이 조금 겹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원고량을 비슷하게 맞춘다는 핑계로 좀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가지 못한 게으름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좀 더 찬찬히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데, 갑자기 2~3단계를 훌쩍 넘기도 했다. 좀 더 많은 자료를 찾아 글을 풍성하게 채워야 했는데 나의 뇌피셜에 그친 건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글 쓰는 과정에서 포기하려고 한 적도 많았다. 글 보는 눈만 머리꼭대기에 달려서, 이런 글을 감히 어디에 내놓겠나 자괴감이 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기존 브런치 작가님들이 남긴 그래도 써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글을 읽으며 용기를 냈다.


이제 월급루팡과 작별하고, 또 다른 글감을 찾아 떠나고자 한다. 부족한 글을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월급루팡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는 분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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