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유튜브] 환승연애 이진주 PD와 함께 합니다.를 보고 (1)
“선배님이 그러셨잖아요. 성공도 습관이라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듣다가 이 말에 귀에 꽂혔다. 성공도 습관이라니. 치열한 방송계에서 최정상을 달렸던 나영석 PD가 괜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어떤 깨달음이 있었기에 후배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성공이 습관인 이유(1) - 성공은 곧 잠재력의 증명
방송국에서 PD가 된다고 바로 프로그램 연출을 하는 건 아니다. 여러 프로그램의 조연출로 일하면서, 어떻게 방송을 만드는지 도제식으로 배우게 된다. 그러다가 입봉할 순간이 찾아온다. 자신이 기획하고 연출한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맡게 되는 이 때가 중요하다. 연출자로서의 첫 인상을 사람들의 마음에 새기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화제성 높았던 OO 프로그램 만든 PD잖아요.”
“아 그래?”
처음에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다음에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성공을 기대하며 찾아오는 우수한 인력들과 일 할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간에 한두 번 엎어진다 하더라도, 예전 성공 경험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전에 뭐 만들었더라?
“...”
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그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어진다. 한두 번 실패가 반복되고 나면, 좋은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진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성공확률은 점점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건 방송뿐만 아니라, 영화를 비롯하여 모든 콘텐츠 생산자들이 체감하는 내용일 거다.
일단 한 번의 성공이라도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굳이 나를 선택하고, 기회를 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니까.
성공이 습관인 이유(2) - 성공한 사람만이 세울 수 있는 성공방식
일단 한 번 성공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참여한 전 과정을 복기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졌는지, 앞으로는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나름의 성공방식을 형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건 성공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실패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문제는 뭘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내용에 그칠 때가 많는 것이다. 뭘 해야 성공했을지는 증명된 적 없는 가설이며 짐작일 뿐이다. 실패에서 잘 배워서 다음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 말아야 할 건 알지만, 뭘 해야 할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검증된 자신만의 성공방식을 바탕으로, 또 다른 성공경험을 쌓게 되는 과정에서 좋은 조건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성공이 성공을 부르게 된다. 여기서 성공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내가 잘나서 잘 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 연이은 성공에 실패하고, 원 히트 원더에 그치고 말겠지만.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단단한 독자층을 갖춘 웹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나름의 성공방식이 있다. 현실 속에 찾아볼 수 없는 사려 깊고, 외모도 출중한데 지고지순하기까지 한 남자주인공들이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잘 그려내는 작가도 있고,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면서도 지레짐작과 각종 오해로 혼자 속앓이하는 소위 후회남을 남자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주로 쓰는 작가도 있다, 비슷한 구도가 반복된다고도 하지만, 다른 세계, 다른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지갑을 연다.
나영석 PD도 한 때 성공한 포맷에 조금씩 변주를 가하는 방식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꿋꿋할 수 있었던 건 회삿돈 쓰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면, 비난 하던 사람들이 대신 책임지어 줄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는 본인이 책임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식을 아는데 그 길로 안 가는 것도 넓은 의미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이 습관인 이유(3) - 잊을 수 없는 성공의 달콤한 맛
성공의 열매는 달콤하다.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포털과 커뮤니티에 계속 프로그램 관련 게시물과 댓글이 쏟아진다, 엄청난 화제의 중심이 되어 패러디가 쏟아지고, 촬영지. 출연자에 대한 관심이 치솟는다.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심장은 벌렁벌렁한다. 뇌에서 엄청나게 분비된 도파민으로 온 몸에 전율이 인다.
성공의 맛을 알아버린 사람은 다시 그 성공을 맛보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노력하고, 더욱 부단히 일에 매진하게 된다. 반면, 한 번도 그런 도파민의 바다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래도 갈급함이 덜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성공 경험이 없는 사람 중에는 마치 여우가 먹지 못할 포도를 신포도로 여기듯이, 성공도 별 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첫 직장을 그만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성공했는데, 기쁘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신나서 다음을 준비하는데, 그저 또 쳇바퀴 도는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는 씁쓸함만 느껴졌다. 성공을 기뻐하며 신나서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 일은 오래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른 성공은 위험하다.
이렇듯 성공이 습관이라면 어떻게든 하루 빨리 성공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성공,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온 성공은 스스로를 해치는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삶에는 3가지 불행이 있는데, 바로 소년등과(少年登科), 중년상처(中年喪妻), 말년빈곤(末年貧困)라고. 초년의 성공은 자칫 자만과 방탕에 빠져 불행해지기 쉽다고 경고하셨다.
왜 이른 나이의 성공이 불행이 될 수 있는지도 성공이 습관인 이유를 되짚어보면 보인다. 결론적으로 아직 여물지 않았을 때의 성공은 습관으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의 성공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하자. 본인이 가진 잠재력 이상으로 주목을 받고 기대를 받게 되면 지나친 부담감을 갖게 된다. 과도한 부담감은 무리수로 이어진다.
성공경험을 성공방식으로 승화하기도 어렵다.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가 없으니, 성공경험과 비교할 대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모집단이 적은 데이터는 편향된 결과를 내놓기 쉽다.
성공의 달콤한 맛은 성공에 대한 집착을 부르고, 자연스레 주변과의 갈등을 부른다. 게다가 이미 단맛에 익숙해진 혀는 실패의 쓴 맛을 참아내지 못한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자꾸 초심자의 행운을 바라는 내가 보인다. 수많은 세월을 들여 노력해 성공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한 번에 손쉽게 그들과 같이 성공하고 싶은 내가 서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성공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