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가꾸기2
신혼집에는 꽤 넓은 베란다가 있다. 결혼하고나서부터 식물들을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하다가 올해 봄에는 베란다 텃밭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15L짜리 직사각형 모양의 화분 2개와 배양토, 씨앗을 사는 것이었다. 화분에 배양토를 담고 나서 바질, 루꼴라, 유럽상추의 씨앗을 심었고, 남는 자리에는 대추방울토마토 모종을 2개 심었다. 점심마다 챙겨 먹는 샐러드를 위한 텃밭을 구성한 것이다.
씨앗은 싹이 나는 것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비해 방울토마토 모종은 쑥쑥 자라났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방울토마토에 노란 꽃이 피어 텃밭을 일궈본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 나의 텃밭 사진을 보내니 '곁순'을 제거해야 된다고 말해주셨다. 곁순을 제거하는 것은 일종의 가지치기이다. 곁순이 자라면 영양분을 나눠가져 가서 열매가 작아지고 맛이 떨어질 수 있어 방울토마토를 키울 때 매우 중요한 관리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두 개 모종의 곁순을 제거한다고 했는데 한 개의 모종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곁순이 함께 자라났다. 하나의 모종은 원줄기라고 불리는 한 개의 주된 줄기 위주로 자라났고, 다른 모종은 원줄기와 곁순이 같이 자라나 Y자의 모양으로 성장했다. 원줄기만 자라난 모종은 꽃이 10개도 넘게 피고 열매도 열렸는데, 곁순이 함께 자라난 모종은 서로 키크기 경쟁을 하느라 미처 꽃을 피우지 못했다. 심지어는 피어난 1개의 꽃을 똑! 하고 무심하게 떨어뜨려버렸다. 꽃이나 열매에 줄 영양분이 없다는 듯이.
두 모종의 키 차이는 2배 정도 되는데 곁순이 함께 자라난 모종의 키는 이제 내 허리보다 높아졌다. 키가 큰 모종은 보기에 시원시원하고 푸르지만 결국에는 열매를 맺지 못했고 씨앗을 수확할 수 없어 후세로 유전자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애초에 내가 심은 목적이었던 샐러드로도 활용하지 못했다. 식물의 입장에서도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한 친구가 나에 대해 인상 깊은 기억이 있다며 말해주었다. 우리는 한 반에 40명 정도로 학생 밀도가 높은 학교에 다녔는데, 2학년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모두를 향해 질문을 했는데 나 혼자 대답을 해서 나도 선생님도 다른 친구들도 모두 놀랐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른 친구가 말하기를 수업 중에 내게 옆에서 말을 걸어도 잘 대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곧잘 했는데 주변에서 공부를 잘하는 비법을 물어보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기억에 따르면 집중력이 높았던 것이 그 이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나는 수능보다는 내신에 강한 유형이었는데 머리가 좋다기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에 집중한 것이 나의 공부 비법 아니었을까.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어느 시절에나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진다고 느낀다. 20대에는 하루에 약속을 2개씩 잡아서 서울의 끝부터 끝까지 헤집고 돌아다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모두 다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때는 체력으로 커버했지만 이제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이 우리 안의 방울토마토를 통통하고 매끄럽게 열리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