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1
걷기와 명상, 두 가지를 함께 부르는 것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 명상이라고 하면 편하게 앉아서 혹은 누워 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걷기 명상은 마음 챙김 명상 중 하나인데, 마음 챙김(mindfullness) 명상이란 쉽게 말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걸으면서 현재 몸의 움직임과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걷기 명상을 하는 기본자세이다.
나는 주로 산책을 하면서 무언가를 듣는데 걷기 명상을 할 때는 원칙적으로 노래를 듣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래를 들으면 절대 안 되다기보다는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추천되지 않는다. '그럼 산책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걷기 명상과 산책은 엄연히 다르다. 걷기 명상의 중요한 점은 다른 잡념은 떨쳐버리고 현재의 움직임과 감각에 오로지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걷기 명상의 핵심은 '의식한다'는 것이다. 그냥 걸을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의식하고자 하면 다양하게 감각된다. 움직임에서는 나의 발이 흙에 닿을 때의 단단한 느낌, 신발 밑창의 푹신한 느낌, 발을 들면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 발 앞꿈치가 땅에서 떨어질 때 느껴지는 가벼움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걸으면서 느껴지는 꽃향기, 햇빛의 뜨거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바람이 살결을 스치는 시원한 촉감 등 의식하고 나면 걷는 동안 깨닫는 것들 투성이가 된다.
이처럼 인식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차이를 우리는 실생활에서 자주 경험하곤 한다. 나의 경우에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나의 전공과 관련된 가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렇게 눈에 많이 띄어서 놀라곤 했다. 이렇게 빡빡한 경쟁 속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덤으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 유명한 부분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절도 이러한 현상들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걷기 명상에 대해 알게 되었고 '별거 아니네?'라는 첫인상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걷기 명상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밖에 나가서 걸어보면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방심하는 사이 잡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길어야 스무 발자국 정도이다. 걷는다는 것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무의식적으로 걷다보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가 쉽다. 이럴 때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하고 흘려보내는 것 또한 걷기 명상의 한 부분이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 걸으면서 '나는 걷기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걷기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거나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곤 한다.
하덕현 작가는 <참상인의 길>에서 에너지를 높이거나 좋게 하기 위한 방법 중 걷기를 추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불안감이 몰려오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고민이 있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걸어요. 발바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폰 없이 오래 걷습니다. 높거나 앉아서 하는 생각이 부표하다가 가라앉는 관념의 야적이라면, 걸으면서 하는 생각은 지향과 속도가 있어 에너지가 생기고 실체가 생겨요. 마치 바둑의 복기처럼, 영화의 부감 촬영처럼. 걷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 이어폰 없이 걷는 이 행동이야말로 걷기 명상의 한 모습이다.
걸을 여건조차 되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있는 행동, 가장 쉽게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조금 더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