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다다 러닝입문기
연말을 맞아 우리 크루도 송년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송년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적게는 주 1회 많게는 2-3회까지 함께 달리는 사이었지만, 서로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굴과 이름만 아는 사이로 2개월이 넘는 시간을 지내오면서 불편한 것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가뿐한 기분이 들기도 했기 때문에 송년회에 가는 게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슈퍼 외향인으로서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기에 나는 송년회에 참석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 기분이 노곤해졌고, 운동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은 크루원들의 모습은 생경했다. 그제야 우리 크루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저녁이 되면 운동복을 챙겨 입고 달리기를 하는 참 멋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년회의 가장 첫 시간은 자기소개 시간이었는데,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이전보다 서로가 더 친밀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비슷한 동네에 산다는 사실이 좋았다.
'달리기'와 관련된 일화를 얘기하던 중, 사서를 꿈꾸었던 B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직장에 정말 오래전부터 러닝을 하며 여러 마라톤에 출전하신 분이 계시는데, 10K 대회 나간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좋겠다'라고 해서 처음에 놀리는 건가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좋겠다,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시기에 다른 러너분께 왜 그렇게 말씀하신 건지 물어보았더니 '처음 할 때의 그 설렘이 부러운 거 아니실까요'라고 답해주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B님은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생각하며 달려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사실 송년회를 진행하는 동안 달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은 극히 일부에 속했지만, B님의 이야기는 마음에 깊이 남았다. 우리는 모두 초보 러너였고, 우리가 볼 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풀코스를 척척 뛰는 분들이 볼 때 부러운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통해 사람들을, 그것도 동네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달리고 이야기 나누면서 일상이 더 충만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