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다다 러닝입문기
이번 겨울 휴가는 욕지도로 다녀왔다. 단출한 남편의 짐에 비해 기내용 캐리어를 굳이 끌고 간 이유는 러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추위를 매우 싫어하는 나는 러닝에 이제 재미를 막 붙였는데, 12월의 추위 앞에 바로 백기를 들고 말았다. 뛰다 보면 추위를 느낄 수 없었지만 뛰고 난 뒤 땀이 식으면서 추운 느낌은 정말이지 소름이 돋았다. 여행이 가까워져 오면서 통영과 욕지도의 기상예보를 보니 기온이 내가 사는 곳보다 10도 넘게 따뜻했다. 옳다구나! 가서 러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지도로 가기 전 통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배를 타는 일정이었다. 전 날 다찌에서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과음을 해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아침 러닝을 할 생각에 일찍 일어나서 통영항 근처를 뛰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울렁울렁 파도를 옆에 두고 뛰는 기분이 약간의 숙취를 더하면서도 꽤나 상쾌했다. 마치 '갯마을 차차차'의 신민아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어폰으로 양쪽 귀를 막고 뛰다가 중간에 한쪽을 뺐는데, 파도 소리가 들리니 더 좋았다. 시장 근처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와 바다 냄새도 내가 바다 근처를 뛰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긴 팔에 얇은 바람막이만 입었는데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오랜만에 춥지 않은 야외러닝에 신이 났다.
나는 무릎에 무리가 갈 것 같이 이틀 연속 러닝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다음날 욕지도에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다. 여행 중에 한 번 뛰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옷을 1회용으로만 챙겨 왔는데, 어제 입었던 옷들을 다시 주섬주섬 꺼내서 입었다.
선착장을 지날 때 두꺼운 패딩을 입은 것으로 보아 현지인인 것 같은 아저씨가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추적하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자 '발이 중앙을 향하게!'라고 소리치셨다.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다가 아래를 보니 다리에 힘이 빠져 털레털레 발이 바깥쪽으로 빠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를 보고 계셨던 걸까 웃음이 났다. 다시 힘을 내서 코어 힘을 잡고 발끝을 똑바로 하며 달리니 힘이 났다.
여행에 가서 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제 산책하며 보았던 강아지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 일. 어제는 차마 가보지 못한 섬의 반대편을 혼자 탐험해 보는 일. 여행지를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