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by 스콘

사람이 한번 좋지 않은 생각에 꽂히면, 그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고 생각한다.


난 한때 같은 회사 부서 선배를 죽을 만큼 미워한 적이 있다. 부장 부친 장례식장에 그 선배가 다른 누군가와 차를 같이 타고 왔단 말을 듣고, 그 안에서 분명 내 이야기를 했겠지,라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그 선배가 내게 하는 말과 행동, 모든 것들이 싫어졌다. 그 선배는 나를 분명 뒤에서 욕했을 것이며,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그런 망상 속에서 나는 피폐해져 갔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마치 취미처럼,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어느 날 그 선배를 포함해 같은 부서 사람들과 저녁 자리를 함께한 날이었다. 1차에서 어색하게 서로 술을 주고받고, 노래방에서 방방 뛰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선배, 또 노래를 잘한다. 탬버린을 흔들며 잘한다고 내가 칭찬했다. 그 선배는 쑥스럽게 웃었다. 중간중간 농담도 하면서 집에 오는데, 이미 그 선배를 향한 미움이 씻겨 내려간 것을 느꼈다. 그 선배는 나에 대해 나쁜 감정이 전혀 없단 걸, 자연스레 느끼고 깨닫게 되면 서다.


그다음 날부턴 선배를 만나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나 혼자 망상에 시달렸다가, 나 혼자 깨달음을 얻고 자유로워진 순간이었다. 그 경험은 꽤 미묘했다.


결국 나 혼자 시작했고 나 혼자 푼 것이다. 물론 그 선배가 실제로 내 욕을 했고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봤던 그 선배의 모습, 웃음, 말, 그 선배와 보낸(물론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5시간가량은 내가 품은 의혹(?)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나는 그 선배와 좀 더 편하게 인사하고 편하게 눈을 마주친다. 회의 때 봐도 즐겁고 인사도 먼저 하려고 한다. 그 선배는 느낄까? 내가 미묘하게 달라졌단 것을. 아마, 표정이 좀 좋아졌네,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그 선배한테 미안하다.


그리고 오늘도 글을 마무리하며..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 가정법을 잘 활용할 것! '~한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자는 거다. '날 분명 싫어하겠지?' '내 욕을 했겠지?' '~했겠지?'라는 생각은 결론적으로 내 영혼을 갉아먹었으며 나를 한없이 불행하게만 만들었다. 난 그 시간이 지극히 후회스러우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대신 '~한 건 아니겠지' '~이진 않을거야' 라는 '긍정 가정법'(내가 방금 지어냈다)은 확실히 높은 확률로 사실에 가까우며,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언제나 내게 이롭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누군가에게 싫음의 대상이 될 만큼 미운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 선배가 나를 미워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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