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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JOBS CHEF 세프:

맛의 세계에서 매일을 보내는 사람

by 독서백일

디자이너 조수용 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매거진 <B>에서 발간한 6명의 독특한 요리사 이야기 모음 편이다. CHEF란 ‘전문 요리사’를 부르는 호칭으로 직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말한다. 본 편에서는 ‘음식’ 자체로도 유명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태도, 혹은 재료를 대하는 태도 자체에서 남다른 ‘철학’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사찰음식 연구가로 정관 스님을 소개하고 있는데, 스님은 ‘사찰음식 만들기’ 과정에서 자연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몸소 실천하여 보여준다. 이를 통하여 ‘음식 만들기’를 수행의 경지에까지 올려놓은 분이다. 정관 스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음식’을 대하는가? 그리고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의 남다른 철학이 어떻게 독특한 ‘사찰 음식’의 세계를 만들어 왔는가를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정관 스님은 우리가 먹는 음식도 자연의 일부이며, 요리사는 그 자연의 좋은 에너지를 손님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억지로 맛을 내기보다는 자연의 때와 섭리에 맞춰 음식을 조리하면 자연 스스로 알아서 최상의 맛을 내어준다는 그의 ‘조리’에 관한 철학이 새롭게 다가온다.


정관스님과 마찬가지로 음식의 맛을 인위적으로 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사는 지구와 식재료의 생산 방식 자체에 집중함으로 음식 맛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요리사로 ‘댄 바버’도 소개하고 있다.


‘댄 바버’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로우 세븐 시드(ROW 7 SEED)라는 씨앗 종자 회사도 공동 운영하고 있다. 그는 대량 생산과 효율성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곡물시장의 작동 방식이 토양을 망가뜨리고,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주된 원인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과학자들과 함께 오래된 종자를 연구하고, 과학의 힘으로 다시 부활시켜 토양에 좋은 방식으로 생산하고자 ‘씨앗 종자’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 방식을 통하여 생산된 곡물과 채소는 인간의 건강에도 좋고 토지에도 유익한 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요리사를 시작하였고, 자연스럽게 높은 품질의 식재료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참여하게 된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선영 요리장은 목·금·토식당을 운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문 참여형 요리공간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일단 목·금·토 식당에서는 6인이 한 팀이 되어 다 함께 요리를 배우고 만들게 된다. 그 후 그 음식을 같이 즐기는 참여하는 주방 콘셉트의 식당이다. 이렇게 자신이 먹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본인의 몸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기쁨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식문화가 보편화하고 다양해지면서 목·금·토 식당같이 색다른 체험을 ‘콘셉트’으로 내세우는 식당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의 색다른 경험을 내세우는 식당도 소개한다. 뉴욕의 한 복판에서 한식의 밥과 반찬 문화를 재해석하여 서양 식자재와 조리법을 적용한 사례이다. 바로 아트토이와 아트믹스를 운영하는 박정현 조리장의 이야기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한식의 접대 방식에 서양 음식을 접목한 메뉴로 유명해졌다. 당연히 한식의 세계화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나온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에게는 꼭 한식의 세계화가 목표가 아니란다. 대신 아티스트처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영감을 얻고 집중하여 메뉴를 개발하고 대접하는 과정이 바로 지향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ART처럼 조리 ’ 콘셉트’도 삶의 순간 현재 상황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태도를 지향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상기시켜준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있어 이를 통하여 서평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정관 스님의 인터뷰 내용 중에 ‘절에서는 수행자가 하고자 하는 만큼 일을 합니다. 누군가 가르쳐주는 일만 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어요.’라는 구절이 있다. 이 시대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은 인터넷을 통하여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거의 무엇이든 배울 기회가 열려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즉, 배움이 넘치는 시대에 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이 배움을 통하여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면, 계속 배우는 것에만 반복적으로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배운 것을 몸소 실천하여 그 배움의 용도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다음 배움이 스스로 보이리라. 그의 말대로 ‘생활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 ‘수행’이고 곧 선’인 셈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매 순간 자신이기를 용기를 가지고 되새기는 삶을 추구하라’가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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