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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리하는 뇌

by 독서백일

이 책의 저자는 대니얼 J. 레비턴이다. 현재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심리학, 행동 신경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으며,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 입장에서 뇌의 기억 메커니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다루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총 3 부 중 시작과 끝 부분은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과부하 상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입력되는 정보를 빠르게 외부 세상에 다시 정리하여 보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1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뇌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데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세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는 진화적으로 보면 원시 수렵인의 뇌와 비슷하다. 단지 지금 우리가 뛰어난 뇌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류문명이 정보를 외부에 기록해 놓을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아직까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훨씬 더 창의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기기에서 들어오는 실시간의 자극에 바로바로 응대하는 것은 짧은 순간의 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창의적 뇌 훈련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2 부에서는 공간. 사회관계. 시간의 요소들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공간에 대해서는 '공간을 성격에 맞춰 범주화하고, 그 하위 범주를 구성하는 규칙을 수립하여 그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과 공유하라'와 같은 규칙을 제안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레이블링을 하고 레이블링의 규칙도 그 공간의 물리적 연속성을 고려해서 만들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컴퓨터 파일과 같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도 적용이 가능한데, 가장 최상위 폴더의 생성을 5개가 넘지 않도록 범주화하려고 노력하라 등의 조언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업무성격 - 년도 - 폴더 내용 - 파일 이름의 규칙을 가지고 디지털 파일을 정리하려고 지난 몇 년간 노력을 해왔고 지난 몇 년간 나에게 큰 도움을 준 정리방식이었다.


사회생활의 정리방식에 대한 태도도 제안하고 있다. 디지털 인맥에 대해서는 아주 비평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 인간이 사회에 속해있음으로 얻을 수 있는 위안은 쾌락 자극이 아닌 위로 자극, 즉 옥시토신과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옥시토신은 누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좋아요 개수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며. 얼굴을 맞대고 피부를 문지르며 공감대를 형성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라는 것이다. 핸드폰에 집중하느라 의도하지 않게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신호로 오해되어 사회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간의 본성인 범주화의 단점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범주화란 인간의 뇌가 지닌 고도의 효율적인 정보처리 및 기억 저장 방식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범주화 성향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예술적 감성인 것이다. 예술적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인간의 상황 감각을 깨우는 훈련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외수 씨가 글쓰기 공중부양에서 제안했던 훈련법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뇌는 외부 자극을 처리할 때 주의력 필터가 작동한다. 주의력 필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는 무시하기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필터는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외부 위험에 대처하는 데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을 하는 데는 이 필터가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일상적인 정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은 아주 아름답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생존을 위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이 없으면 그냥 무의식 수준에서 범주화되어 처리되기 십상이다. 예술적 훈련이란 다름 아닌 이런 지나치는 정보를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그 정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예술적이 된다는 것은 감성적이 된다는 것이고 일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에서 예술가의 눈을 가지고 일상생활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뇌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만지고 냄새 맡고 하는 모든 것을 되도록 자세히 글로 혹은 그림으로 표현해보도록 노력해보자. 이런 훈련이 어쩌면 수세기 동안 예술가들이 훈련해왔던 숨겨져 있던 뇌 사용법이 아닐까 조심히 예측해본다. 예술가들이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것은 방법론에 의한 의식적인 노력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생활 습관에서부터 관점과 태도를 변화시킬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피카소도 어릴 때부터 비둘기 발가락을 그리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 세상 모든 비둘기의 발은 다르다는 것을 훈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사회는 무수히 많은 정보를 되도록 크게 크게 범주화하여 정보를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처리 이론에 근거해서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보처리 관련 직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인간이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능력인 뇌의 감성적 정보 습득 및 처리능력을 훈련을 통하여 개발시키고 향상하는 방법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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