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침 뉴스 해설에 독백이 함께합니다.
지금 자신의 일상에 만족하고 계시는가요? 세상은 큰 잡음 없이 흘러가고, 어느 정도 건강하고,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어느 정도 나누고, 어느 정도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의 그런 삶이 신이 인간에게 주신 '망각'이라는 신비의 물약 때문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이 '망각'이라는 물약은 감기약과 같아서 내적 평안과 안정감, 평온함을 주는 즉효 물질이지만, 동시에 '호기심', '관심', 그리고 '상상력'도 함께 말려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저는 오늘 아침 '망각'물질로 말라버린 '내적 호기심', '관심', 그리고 '상상력'을 되살리는 법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아티스트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곧 글을 쓰는 일보다 안 쓰는 일이 더 괴로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과연 평생에 그런 날이 찾아올까요? 글을 쓰는 일은 뇌의 일부를 자극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뇌가 귀찮아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큰일들이 뻥뻥 터지면 우리 뇌는 사건의 본질을 인식하기보다는, 변화의 폭에만 주목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변화가 너무나 빠른 세상에서는 그 변화에만 주목하여 정보를 받아들이기에도 뇌의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이에 인간은 '스스로 망각하기', '본질을 대충 보기', '주변을 빠르게 훑기'등과 같은 기술로 심신의 안정과 속도에 대한 균형감각을 찾으려 애쓰게 됩니다.
오늘의 칼럼에서는 이렇게 '망각'의 물약에 푹 젖은 뇌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게 글쓰기를 하기 위한 일상의 세 가지 작은 실천적 변화 노력에 대해 제안을 해보고자 합니다.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대신 현실을 자세히 기록해 보기
여기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머릿속에는 미래의 모습이 가득합니다. 10년 후에는 로봇(혹은 기술)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상상하며 토론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달력에는 빼곡히 미팅 약속이 잡혀있으며, 미팅에서는 미래 프로젝트에 관한 의견도 이어집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그러므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지는 미래의 모습에 흥분은 있지만, 무릎을 '탁' 치는 진정한 혁신이나 즐거운 상상은 없습니다. 오직 속도와 시간만 있을 뿐입니다. 누가 먼저 만들지? 언제 만들면 좋지? 누구를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나? 등의 고민만 남겨놓을 뿐입니다. 이런 고민은 마음의 경쟁을 더 자극하여, 더한 속도전으로 일상을 내몰 뿐입니다.
'삶의 질은 기쁨을 맛보는 능력에 비례하고, 기쁨을 맛보는 능력은 관심을 갖는 것부터 비롯된다'고 했지요. (아티스트웨이 저자의 할머니, p.112)
이런 분들에게 제안합니다. 지금 앉아있는 사무실의 모습을, 혹은 오늘 아침에 만난 사람의 모습을, 혹은 오늘 아침 산책길에 만났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등교 모습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으신가요? 모름지기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과정이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글을 안 쓰는 일이 글을 쓰는 일보다 더 괴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겠죠?
저도 오늘 아침에 게으른 몸을 이끌고, 강아지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마침 바로 앞 중학교의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치르는 날이었습니다. 매섭고 추운 바람에 어깨는 움츠러들어 있었고, 시험 볼 내용을 정리한 쪽지를 들고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친구도 보였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는 학생들이 아침 식사 거리를 사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ㅎㅎ 나도 저 때는 저렇게 마음을 졸이며 학교에 다니곤 했는데, 그리고 나도 시험 때마다 너무도 하기 싫은 공부를 벼락치기로 하느라 정신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줄을 이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부스스한 모습에 반쯤은 정신이 나간 듯이 등굣길을 재촉하는 친구도 있었고, 머리를 단정히 하고 옷매무새도 신경 쓰면서 친구들과 조잘거리며 여유를 부리는 친구도 보였습니다. 한 때는 생활 수준이 고만고만해서 의복에 신경 쓰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시험 때는 시험 준비를 위해 의복과 외모는 포기하던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생겼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학생의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일까? 저 학생은 오늘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볼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삶의 순간에 관심이라는 불씨를 점화시키는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매일 만보씩 걷기
이것 또한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는 하기 힘들죠. 특히 코로나 상황이라서 개인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할 수밖는 경우, 정말로 하루에 만 보 걷기가 어렵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요. 지난주에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뭐가 좋았냐고요? 이번 주 내내 피로와 두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뭐가 기억에 남았냐고요? 제주도 2박 3일 동안 제가 하루 15000보 이상을 걸은 기록이 남았습니다. 제주도에서 자동차를 타지 않고 되도록 걸었습니다. 제주도란 곳이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풍광을 맞이하게 되는 동네더라고요.
하늘이 파랗고 바다 색깔은 투명하고, 들판에는 황토색의 누런 갈대가 펼쳐진 길을 마냥 걸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유적지가 나오고, 또 한참을 걸으면 유명 식당이 나오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목 버스정류장 앞에서는 미술 전시관이 툭 튀어나와 반갑게 맞이하는 일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함덕 빵집 이라고 관광객들이 일부러 차를 타고 찾아온다는 빵집을 발견한 것도 모두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지금 저의 To-Do-List는 가득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할 일, 화요일까지 해야 할 일, 화요일에 있는 미팅, 수요일에 있는 심사, 목요일에 있는 발표.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를 다녀온 이후에 제 하루 걸음 수는 150보, 200보네요. 앞으로 당분간 하루에 만 보씩 걷지 못하겠지만 대신 꼭 아티스트 데이트 여행은 가려고 합니다. 가서는 그냥 하루에 만 보씩 걸어보려고요. 그러면 더 재미있고 설레는 글감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매주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기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통에 식사는 무조건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해결하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특히 바쁜 아침에는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생존식에 가까운 식사 형태로 바뀐 터라 밀키트의 간편 요리조차 버거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필 오늘 아침에 저는 오늘 내일이 지나면 밀키트의 유효기간이 다할 듯한 팟타이 밀키트 포장을 뜯고야 말았습니다. 냉장고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있은 지가 꽤 된, 그러나 백화점 판매 매대에서는 편리함을 소리쳐 부르짖던 그 팟타이 밀키트말입니다. 그동안 조리대 앞에서 꽤나 비싼 척을 하는 통에 냉장고에 도로 가져다 놓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만, 이젠 끝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귀찮음을 제쳐버렸네요.
팟타이는 동봉된 쌀국수를 먼저 뜨거운 물에 30분 정도 담가놓아야 합니다. 조그마한 볼에 뜨거운 정수기 물을 채우고, 팟타이 쌀국수를 욱여넣으면 처음에는 빳빳이 서서 고개를 들고 도무지 자신의 몸을 온전히 담그려 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같이 동봉되어 온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할 차례입니다. 이건 쉽죠. 소고기를 흐르는 찬 물에 휙 씻은 후에 종이 키친타월 위에 올려놓습니다.
다음은 야채 정리입니다. 물론 밀키트에 딸려오는 야채는 모두 씻기를 끝낸 후에 포장된 야채이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씻기를 권장한다는 문구에 포장을 뜯어서 찬 물에 한 번 씻고 체에 걸러내어 보관합니다. 다음은 30분간 물에 불린 면을 다시 끓는 물에 넣고 2분간 삶아냅니다. 면이 준비되면, 곧바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물기를 뺀 소고기와 야채를 볶아줍니다. 이 때 당근만 우선 볶아야 한다고 하니 곧 난감해집니다. 야채와 당근이 함께 포장되어 있어서 야채 씻을 때 모두 섞여버렸거든요. 당근을 하나씩 세세히 골라내어 프라이팬에 옮기고 고기와 함께 볶은 후에 동봉된 소스를 넣고 1분간 더 볶으면 팟타이 소스가 완성됩니다.
준비된 면과 팟타이 소스를 잘 비벼주면 팟타이 요리 완성입니다. 휴~~
보세요. 어때요. 글이 뚝딱 써지지 않나요?
지금까지 '망각'의 물약에 푹 젖은 뇌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게 '호기심'과 '관심'을 지속하기 위한 일상의 소소한 팁을 공유해보았는데요. 어찌어찌 도움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현실은 내가 존재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내 주위에 얼마나 많은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천천히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일보다 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주간 뉴스의 독백 해설위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