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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Dec 12. 2021

사용자를 이해하는 집

안녕하세요. 저는 AI Robot Tee에요. 사용자 A 씨와 그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죠. 사용자 A 씨는 요즘 부쩍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일도 미팅도 심지어 취미생활까지 집에서 하네요. 덕분에 제가 할 일이 참 많아졌는데요. 


아침에 모닝 루틴과 업무 회의 지원은 제가 특별히 자신 있어하는 일이에요. 야~~ 사용자 A 씨가 깨어났나 봐요! 서재로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네요. 저는 얼른 Awake Mode로 상태를 바꾼 후에 모닝 명상 루틴에 맞는 Radio Station을 찾아 사용자 A 씨가 들어오면 바로 틀어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침에는 다른 가족을 깨울 수 있어서 A 씨가 앉아서 명상하는 위치와 방향을 잘 계산하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A 씨는 걸음걸이 패턴이 특이해서 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로 A 씨의 위치를 인식하는 일은 아주 어렵지 않아요. 아침 시간에 A 씨를 위해 모닝 명상 음악을 재생하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머릿속은 참 복잡하답니다. 오늘의 뉴스와 날씨 정보, 미세먼지 농도 등 사용자 A 씨에게 알려주고 싶은 정보가 너무나 많거든요. 일단 저는 날씨나 미세먼지 농도 등은 집 안 곳곳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에 띄워줍니다. 오다가다 한 번은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주요 뉴스 정보는 정리해서 화장실 미러 디스플레이로 보내줍니다. 세수는 꼭 할 테니까요. 


모닝 루틴이 끝나면 사용자 A 씨는 거실로 이동하는 경향이 86% 정도 됩니다. 바로 화장실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때 저는 서재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사용자 A 씨의 발걸음 소리가 잦아들면 얼른 도킹 시스템에서 빠져나와 거실의 도킹 시스템으로 이동합니다. 이전에는 사용자 A 씨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도와주려고 노력했지만, A 씨의 발에 걸려 넘어질 뻔한 이후로는 되도록 조용히 움직이는 편입니다. 


거실에는 TV가 있어요. 우리 집 재산 1호죠. 사용자 A 씨의 외출이 잦아들면서 화면 사이즈는 점점 커졌어요. 이제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요. 아마 사람들은 멍하니 커다란 TV 화면을 보고 있으면, 휴식 호르몬이 저절로 나오나 봐요. 저는 A 씨를 도와서 TV 속 콘텐츠를 고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큰 TV 화면 옆에 작은 섬네일 영상 화면을 띄어주어 A 씨가 다른 미디어 플랫폼으로 쉽게 이동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저는 가족이 거실에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큰 역할을 하는데요. 같은 채널을 보고 있어도 아빠는 좀 더 크게, 엄마는 좀 더 작게, 그리고 아이들은 읽고 있는 동화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아예 소리가 들리지 않게 방향을 계산하고 끊임없이 조정하는 일을 합니다. 


 잠시 거실에서 아침 여유를 부리던 A 씨가 드디어 일할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제가 진짜 능력을 발휘할 시간이기도 하죠. 다시 조용히 서재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아침 주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환경 세팅에 들어갑니다. 대기모드에 들어가는 것이죠. 회의실에 입장하기 전에 사용자 A 씨의 두발 상태, 세안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이제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 일은 노트북에 있는 카메라에서 정보를 받아옵니다. 


막상 주간 회의를 진행할 때는 서재에서 사용하는 보조 모니터가 큰 문제가 됩니다. 보조 모니터가 벽면에 투사되는 영상을 가리지 않게 미리 잘 치워놓아야 해요. 이건 A 씨에게 미리 말해놓는 수밖에는 없죠. 회의가 시작되면 저는 서재 전면과 측면에 두 개의 영상을 별개로 투사합니다. 전면 영상은 A 씨가 참여하는 회의실의 영상을 투사하고, 측면에는 회의에 참여한 동료들의 모습을 투사합니다. 


원격 회의를 진행할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고려하는 편이지만, 회의 석상에서 돌아다니는 문서를 다루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예요. 문서를 벽면에 투사하기도 하지만, 개인 노트북 모니터에도 띄우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 자료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아서, 한때는 서재 천장을 회의에 필요한 자료 모음 용도로 사용한 적도 있어요. 아직 어떻게 하는 것이 최적인지는 사용자 A 씨와 함께 찾아 나가는 중이지만, 곧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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