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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Apr 02. 2022

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 2

요즘 중 3의 생활 이야기

이른 저녁잠에 든 희람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온통 핑크로 칠해진 방 안에서 희람이가 자는 모습이 보였다. 희람이는 평소처럼 새벽에야 잠이 들었는지, 오늘도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일어나지 못한 채 누워있었다.


"7시야! 희람아 일어나야지"

익숙하지만 짜증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알았어. 엄마"


"희람아"

엄마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엄마가 희람이 방의 문을 따고 들어오는 모양이다.


희람이는 얼른 옷장에 몸을 숨겼다. 방 안으로 들어온 엄마는 잠을 자는 희람이만 보이는지, 옷장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침대 위 희람에게 향했다.


"자! 얼른 일어나. 학교 가야지!"

"응. 알았다니까!" 옷장 속의 희람이가 대신 말할 뻔했다. 겨우 튀어나오는 말을 참고, 숨을 죽이며 방 안의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 "엄마! 나 이 번엔 진짜로 배 아파!"

"엄마가 알아서 학교 선생님한테 잘 말해줘!. 나 학교 오늘은 진짜 못가!"


"너 며칠 전에도 학교 가기 싫다고 배 아프다고 선생님께 말하고 학교 안 간 적이 있잖아!"

"어떻게 선생님한테 또 배가 아파서 학교에 못간다고 이야기하니?"

"선생님이 바보인 줄 아니?"

엄마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난 몰라! 진짜 아프다고! 엄마가 알아서 잘 말해!"

희람이는 이불 속에 머리를 묻으며 있는 힘껏 짜증나는 소리를 내었다.


엄마는 일어나지 않은 희람이를 그냥 둔 채, 방 밖으로 나온다.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기만 했던 희람이는 옷장 문을 열고 나와 조심스럽게 엄마를 따라갔다. 침대에서 잠을 자는 사랑스러운 희람이를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선생님과 어떤 이야기를 할지가 더 궁금했다.


따르릉따르릉!!


예상했던 대로 9시가 조금 넘어서자,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의 핸드폰이다.

"아! 네, 선생님!!"

엄마의 표정이 어둡다.

"네, 죄송합니다. 희람이가 아직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다고요?"


'어? 엄마는 말만 잘하면 될 텐데 계속 죄송하다는 말 밖에 안 하네?' 몰래 듣고 있던 희람이는 엄마의 태도가 사뭇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희람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네요. 진짜로 아픈가 봐요!!"


"그런데 어머니, 며칠 전에도 희람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결로 처리했는데, 무슨 일인 거죠?"

깐깐한 담임선생님의 말에 엄마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포기한 듯 말을 시작했다.


"선생님, 저도 아침마다 희람이 깨우는 게 너무 힘이 드네요. 며칠 전에 희람이가 배가 아프다고 한 것은요. 친구랑 3차 백신을 맞고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직 대상자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는 그냥 학교에 가기 싫어서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요. 오늘은 정말로 배가 아픈 것이 맞네요!" 엄마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어라? 저렇게 말을 하면 희람이는 어쩌지?" 희람이는 엄마의 앞뒤 없는 솔직한 통화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고, 어머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희람이도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오늘 학교에 안 오면 무단결석 처리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정말 배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와야 한다고도요."


엄마와 담임 선생님의 통화내용을 바로 옆에서 듣는 것은 희람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엄마는 일 처리를 왜 이런 식으로밖에 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답답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나는 상황이었는 데, 엄마에게 당장 따질 수 없었다. 엄마는 지금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바로 앞에서 엄마를 째려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엄마도 담임선생님께 훈계를 들으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모양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희람이가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그런데도 침대에서 자는 희람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잠만 자고 있었다. 정말로 큰일이다. 희람이는 이제 어쩌지? 하며 발을 동동 굴러본다.


드디어 방 안으로 들어온 엄마가 입을 열었다.


"희람아! 엄마도 정말 힘들다. 힘들어서 담임 선생님한테 있는 그대로 다 말했어!"

"네가 지난번에 배 아프다고 한 것은 거짓 핑계였고, 오늘 아픈 것은 진짜라고!"

엄마는 이제 출근해야 하니까, 네가 병원에 직접 가서 진단서 받아서 학교에 가지고 와야 한데, 안 그러면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데"


"일어나 얼른! 일어나라고!"


엄마는 어느덧 커다란 핑크 상어로 변신해서 지금 자고 있는 희람이를 잡아 삼켜먹으려고 했다.


"안돼!"


희람이는 지금이 꿈이라면 얼른 깨고 싶어졌다. 핑크색 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 때문인가? 얼른 잠자고 있는 희람이를 깨워 함께 도망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난 엄마 상어를 막을 수도,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희람이를 깨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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