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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Feb 26. 2020

[서평] 밀레니얼의 반격

협력하는 개인주의자의 시대, 전정환 지음, 더 퀘스트

책 제목과는 사뭇 다른 내용의 책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싶어 구매한 책이지만, 세대 간 협력 상생 모델을 제시한 책이라고 이해하면 더 쉽다.


저자는 60년대 생으로 고도 압축 성장기를 거쳐 80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민주화 시대를 직접 이루어 낸 전형적인 386세대의 사람이다. 화려한 성공 공식을 가지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꼰대로 취급당하기 쉬운 연령대에 접어든 사람이다. 그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하여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전반부는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밀레니얼 창업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윤수영 대표를 소개한다. 그는 386세대의 시각으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밀레니얼이다. 어렵게 공부하고 대기업에 취업해서는 대기업에서는 본인의 가치를 실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퇴사하는 인물로 묘사한다. 그는 퇴사 후에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로 독서 토론 커뮤니티 모임 서비스인 트레바리를 창업하였고 2020년 기준 1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유치하는 서비스로 성장시켰다.


그 외에도 물질문명 중심의 사회에서 탈물질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본인의 뿌리를 찾아 전통을 되살리고, 힙한 감성을 접목하여 새로운 지역 사회 문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 사회적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 등 전문가로 성공한 사람이라고는 불리기 어려운 밀레니얼 창업가들을 소개한다.


산업화 고도성장기에는 무시했던 탈물질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신 인류의 다양성에 독자도 흠뻑 몰입하게 되는 부분이다.


후반부는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다. 탈물질 문명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소외' 문제는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 것인가? 새로운 혁신 서비스에 대한 기성세대의 저항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세대 이기주의로만 보아야 타당한가? 기성세대가 새로운 물결에 기여를 못한다면 기득권을 포기하면 문제가 해결이 되는가? 등에 대한 질문들은 같은 386세대로써 뼈아픈 질문들이다.


기성세대가 본인이 노력하여 이루어 놓은 것들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한 오히려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경쟁하고 전수하는 방법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협력을 제안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기성세대가 지금까지 한 분야에 전문가로 성장하고 인정받아 왔다면, 이제부터는 경계인으로 성장할 것을 주문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경계인' 모델은 참 매력적이다. 저자 본인도 자기 자신을 경계인으로 묘사한다. 본인이 기술과 문화의 경계인, 서울과 지역의 경계인, 근대와 탈물질주의 시대의 경계인, 민간과 공공의 경계인이기 때문이다. 이 경계인이라는 단어에서는 '융합 인재'와 '통합 인재'라는 용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경계인이라는 단어에서는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다른 두 단어에 비하여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경계인'이 '융합인', '통합인'보다 더 끌린다. '융합 인재'와 '통합 인재'가 지식의 융합과 통합을 의미했다면 경계인은 두 분야의 협력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계인이란 서로 이질적인 분야의 경계에 머물면서 두 분야의 협력 모델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로 남아있기보다는 이질적인 분야에 몸소 뛰어들어 직접 체험하고 밀레니얼스와 함께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성세대에게 밀레니얼스를 이해하라라고 말하기보다는 밀레니얼과 협력하여 새로운 미래 혁신에 동참하라고 독려하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을 통하여 '경계인'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하나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이런 느낌은 나 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모종린 교수(골목길 자본론 저자) 다음과 같은 글로 추천사를 썼다.


'한국 라이프 스타일 혁명은 밀레니얼과 영 포티가 주연으로, 뉴 식스티가 조연으로 참여한 공동 작품임을 깨달았다.'


나는 위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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