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 제2부 4화
희람이가 선택한 길
이제 희람이가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이까지 도달한 것 같았다. 후드득 후드득하는 소리와 덜덜거리는 흔들림만이 실내 공간을 가득 메울 뿐, 이곳에서는 동승자 중 그 누구도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희람이는 문득 옆자리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엄마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엄마와 함께 탑승한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게 강한 엄마가 지금은 눈을 감고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희람이는 "엄마, 괜찮아! 다 괜찮아!"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곧 정점을 지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만을 통과하면, 훨씬 더 수월하고 편안한 여정이 될 것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지금 이 고도에서는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힘이 없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지구의 사람들은 여전히 평온해 보였고, 희람이는 곧 그런 평온함이 더 없이 그리워질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희람이의 머릿속은 점점 더 하얘지며 본인도 모르는 힘이 이끌려 시작한 이 여정에 대한 생각 하나만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느꼈다.
"왜 시작했을까? 무엇이었지?"
분명히 엄마가 재촉한 여정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엄마는 희람이에게 다른 여정을 가자고 했었다. 엄마가 보기에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전한 여정이 있었다. 그러나 희람이는 그런 여정이 싫었고, 엄마도 결국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어느 순간 희람이가 선택한 여정에 대해 엄마는 이렇게 말했었다.
"분명히 이 길은 다른 길보다 더 많이 외롭고 힘들 거야~~ 그리고 이 길을 선택하면 뒤로 돌아갈 수도 없어."
그때 희람이는 묵직한 공기의 질감을 깨고, 엄마에게 전달한 말을 분명하고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길은 선택한 것은 바로 나야. 그리고 나는 자신 있어. 무엇보다도 이 길이 나를 설래게 해."
이 말을 듣고 엄마는 꽤 많은 고심을 한 것 같았다.
"겉멋일 수도 있어.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우울한 감정이 들고 삶이 무기력한 것은 삶에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때나 일어나는 일이지. 희람이가 선택한 여정이 아무리 험하고 어려울지라도 희람이에게 목표가 생겼다는 것은 기쁜 일이야. 엄마가 힘들지만, 함께 있어줄게"
희람이는 그런 엄마가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결심이 섰을 때, 엄마에게 당당하게 밝힌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희람이는 힘이 들더라도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깅. 기깅. 기깅"
희람이를 그간 짓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순간 멈칫했다.
속도가 줄며,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하강할 잠시의 여유를 보였다. 함께 탑승했던 동승자의 입에서 짧은 탄성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이제 곧 열차는 하강하여 자유롭고 신나는 여정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옆에 앉아있는 엄마도 이제는 눈을 뜨고, 희람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희람이는 미소 지으며 엄마에게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 꽉 잡어. 이제부터 신나게 달릴 거야. 그리고 이제 후회는 없을 거야. 지금까지 엄마가 내 옆에 꼭 있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