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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Sep 08. 2022

9월 8일 그림일기

우리는 색을 어떻게 인식할까?

크로키를 오래 하다 보니 느끼는 것이 있는 데, 결국 잘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대상을 잘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대상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은 대상이 움직임이 있는 생물체이며 동시에 입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며, 그렇게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한 번 잘 볼 수 있게 되면 일상에서 잘 보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일어나는 행위가 된다. 보지 못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학습 행위가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볼 줄 아는 사람의 그림과 보지 못하는 사람의 그림실력 차이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색을 잘 쓴다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일단 생각하기로 했다. 색은 결국 빛과 그림자다. 사물은 아름다운 빛을 그저 반사하는 반사체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이제는 사물을 보고자 한다.


인체 얼굴도 마찬가지다. 얼굴을 잘 그리고 싶으면 얼굴의 구조를 잘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즉 해골을 그려보면 되는 것이다. 그려보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잘 그려보면 해골은 전혀 징그럽지가 않다. 얼굴의 근육과 지방이 이 구조 위에 붙어있다고 생각하고 보면, 해골은 아름답고 경이롭게 보인다. 해골의 구조를 잘 볼 수 있다면 해골을 더 경이롭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신은 왜 우리에게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을까? 그런데 왜 우리는 현대에 와서 그 능력을 꺼내어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의 DNA에 꽁꽁 잠재웠을까? 예술가에게 왜 그런 잠자고 있는 능력을 깨울 기회와 환경이 주어졌을까?


잠자고 있는 빛과 그림자 세포를 깨워야 한다. 충분히 잘 잤고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이다.


P.S. 우리는 잘 보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너무 성급하게 잘 그리기 위한 팁부터 알려준다. 그래서 좌절감부터 안겨주고, 자신감부터 빼앗아 가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세우는 센터는 잘 그리기 위해서 잘 보는 훈련부터 하고 싶다.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 많은 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이 많은 지를 볼 수 있게 된다면 학습은 무의식적으로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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