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자이크 웹브라우저로 처음 홈페이지를 만든 사람이다. 모자이크 웹브라우저는 1993년에 처음 배포된 웹브라우저다. 무려 넷스케이프보다도 더 먼저 발표된 웹브라우저였다. 그 해 겨울에 나는 막 미국에서 귀국하여 시스템공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하였다. 연구소에서는 개인마다 쓸 수 있는 인터넷에 연결된 워크스테이션을 제공해주었으니, 쉽게 세계 첫 번째로 나온 웹브라우저를 사용해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시스템 공학 연구소는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면서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국가 기관이었다.
나는 컴퓨터 그래픽과 VR이라는 연구그룹에 속해있었으며, 주 업무는 글, 그림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루는 일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C와 Fortran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조금 다룰 수 있었다. 그런 나에게 HTML이라는 언어는 신세계 그 이상이었다. HTML 언어는 컴파일링이라는 어려운 과정 없이도 글과 그림을 화면에 보이게 할 수 있는 언어였다. 그 개념 자체가 혁신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사들은 기사가 인쇄되어 집에 배달되기도 전에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려놓기 시작하였다. 회사들도 회사 소개 내용을 잘 정리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자사의 온라인 명함처럼 사용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정말 몰랐다.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친구와 만나고, 집도 구하고, 직장도 구하는 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개인 홈페이지는 1994년에 처음으로 만들었다. 내 소개와 나의 작업물이 이미지로 올라갔던 것 같다. 나의 홈페이지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큰 이미지 위주로 올려놓아서 그랬는지 나를 비난하는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대로 방치되고 사라져 갔다.
한참 지나서 설치형 블로그 열풍이 불었다. 블로그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서버도 사용해야 하고 도메인 격인 이름도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쯤 되니 개인 서버를 운용하는 비용이 많이 저렴해졌다. 일본에서 운영하는 vultr 사이트의 평이 좋아서 개인 서버를 구매하였다. vultr 서비스는 저렴하지만 HELP 서비스가 없었다. 본사도 일본에 있어 전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이메일로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하면, 그런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답장만 받았다.
오기 인지도 모르겠다.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vultr 서비스는 아직까지 이용하고 있다. Amazon 서비스는 너무 비쌌고, 국내 서비스에는 뭔가 알지 못하는 제약이 많았다. vultr 서비스는 정직하게 unix 기본 서비스 위에 내가 필요한 부분들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기본 서비스에 처음부터 내가 모든 것을 설치해야 했다. 아파치 웹 서비스도 설치하고, FTP 서비스도 설치했다. HTTPS 서비스도 설치하고 그 외에도 많은 것을 설치하고 곧 잊어버렸다. 개인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할 목적으로 서버를 구매했는 데, HTML 언어와는 다르게 서버 세팅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많았다. 서버가 작동을 멈추면 밤을 새워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설치형 블로그로는 WORDPRESS를 이용하였다. 블로그와 홈페이지 그 중간 지점의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를 설치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 데,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WORDPRESS 자체를 위한 학습이 필요했다. WORDPRESS는 theme과 plug-in이라는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을 홈페이지에 추가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이 plug-in을 잘 사용하려 하니 php, mysql, JSON 구조 등 새로운 기술 문서도 또 들여다봐야 했다. 설치한 후에 작동이 잘 안 되면, 구글 검색창에 에러 문장을 복사하여 옮겨놓느라 시간을 또 많이 낭비하였다.
설치한 홈페이지 화면이 내가 원하는 대로 보여야 하는 데, 간신히 에러가 없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에러가 빈번하였다. 어느 날은 WORDPRESS 가 내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는 기분이 들었다. 좀 싫었다.
그런 기분을 가지고 3~4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채워나갔지만,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획기적으로 늘지는 않았다. 기대만큼 인기 있는 블로그로 성장하지도 못했다. 서버를 유지하는 비용은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계속 과금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홈페이지 운영비용이 나에게 죄책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HTML, CSS, JAVASCRIPT를 조합하여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요즘 대세라고 한다. 대세가 또 변한 것이다. 나는 처음에 HTML 한 언어를 배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는 데, 이제 두 가지를 더 배워야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는 변하지 않았는 데, 배워야 할 기술 항목만 늘어난 것이다.
다행히도 학습을 도와주는 온라인 강의 서비스도 함께 발전하였다. 온라인으로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직접 따라 해보기도 하고, 실습과제를 수행하기도 하면서 열심히 배웠다. 공부를 다 마치는 데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꼭 바꿔야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지만, 결국 나는 나의 홈페이지에 손을 대고 말았다. 기존 워드프레스로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내가 직접 코딩한 사이트로 대체하였다. 이건 마치 내가 원목을 직접 구매하여 재단하고 의자나 테이블을 만들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애착의 정도가 남달랐다. 내가 직접 작성하고 디테일을 모두 이해한 후에 만든 홈페이지는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모를 디테일한 움직임 하나도 내가 다 만든 것이었다. 내가 원하면 나의 방식대로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겉으로 보면 정말 달라진 게 하나 없지만 안 쪽은 모두 변했다.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 내가 직접 작동 방식을 설명할 수도 있다.
오늘은 오전에 드디어 AJAX, PHP, MYSQL을 연동하여 게시판 기능을 완성하였다. 며칠 전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얼굴 인식 기능을 부착했다. 그 이후에는 도서 검색 기능도 부착했다. 내 개인 홈페이지에 그 기능들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기록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었다.
기존 WORDPRESS버전의 개인 블로그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냥 내 것 같지가 않다는 기분뿐이었다. 기존 서비스의 틀에서 벗어나 코딩 차원에서 하나하나 이해하며 직접 작성한 홈페이지는 애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시간 낭비가 아주 심한 취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런 시간 낭비가 주는 뿌듯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