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비스가 좋아!"라고 하면 무료로 반찬을 리필해 주는 음식점에 대한 평이기도 했다.
우리의 인식 속에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품 값을 치르면서 서비스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여긴다. TV를 사면 배달 서비스, 설치 서비스, 그리고 A/S 서비스는 당연히 공짜를 기대한다. 서비스 가격이 이미 포함된 가격이라 대기업 TV 가 비싼 줄 알면서도 구매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 값이 비싼 이유는 음식이 제공되는 중간에 다양한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음식값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있다.
제품 값에는 원래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분리하려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마켙컬리와 같이 조리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의 경우, 제품과 서비스를 분리하여 제품은 제품대로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사용자에게 따로 과금한다. 호텔 예약 서비스의 경우도, 호텔 투숙과 예약 서비스를 분리하여 투숙 비용과 예약 비용을 따로 과금하는 구조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바일폰도 제품 값과 서비스 값을 따로 내고 있는 구조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공짜지만, 모바일폰은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물건이다. 핸드폰에 본사에서 만든 서비스를 같이 탑재하여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하고 제품 값에 서비스 비용을 포함하여 값을 매기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는 않는다. 카메라, 갤러리, 인공지능, Pay 서비스 정도가 남아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과금이 전혀 되지 않는 듯한 서비스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품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으면서 돈을 내지도 않고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아주 흔하다. 이메일도 공짜, 인스타그램도 공짜고 페이스 북도 공짜고 YOUTUBE도 공짜다. 심지어 카카오톡도 공짜 서비스다.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원래 공짜가 맞나? 서비스 사용료를 받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은? 직원 월급은? 서버 운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지? 이런 걱정이 된다. 서비스 디자이너는 그럼 공짜로 일해야 하는 직업인가? 자기 돈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치를 찾아야 하는 분야인가? 자기가 번 돈으로 서버도 직접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게 맞나? 이런 상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데 구글 같은 서비스 회사는 공짜로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데, 회사의 주식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잘 나가는 서비스 회사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서비스 세계에서는 물리 세계의 화폐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서비스 세계에서는 화폐를 주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유한한 재화를 가지고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조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등록한 회원의 수가 그 회사의 가치로 환산된 적이 있었다. 등록한 회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회원 기반의 다양한 수익활동이 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등록한 회원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이 곧 그 회사의 가치로 환산되는 구조다. 부자와 가난한 자 구별하지 않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한한 재화인 '시간'을 가치 교환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점이 최근 등장하는 서비스의 특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비스는 원래가 공짜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공짜 서비스가 혹은 공짜처럼 보이는 서비스가 많이 등장할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대표적으로 공짜처럼 보이는 서비스다. 매달 사용료는 내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억지로라도 일정 시간 사용하게 되는 서비스다. 서비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사악해질 수만 있다면, '공짜 서비스'의 탈을 쓰고 사용자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짜니까 사용한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유한한 재화인 나의 '시간'을 얼마나 많이 과금하고 있는지를 곧 알게 될 것이다.
서비스는 원래 공짜가 아니다. 화폐가 지급되지 않아서 공짜라는 생각은 미뤄두자. 대신 앞으로 다가올 ‘시간 과금 제도에 우리는 소비자로서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