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백일 Dec 09. 2022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왜 죄책감이 들지?

12월 9일 그림일기

대한민국 가장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왜 죄책감이 들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걸까요?

새벽에 일어나면 부엌으로 바로 가서 올리브 오일 한 숟가락을 가득 마시고, 뜨거운 찻물을 우려내어 바로 내 방으로 갑니다. 아침 감사 명상을 하고 모닝 페이지를 작성하거나 모닝 크로키를 하는 것이 요즘 모닝 루틴입니다.


새벽 6시부터 8시까지는 온전히 내 시간으로, 지금까지는 모닝 페이지를 쓰고 아침 시각화를 하는 것으로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8시부터는 쓰레기통 비우기, 루이스 물 갈아주기, 부엌 바닥 청소하기, 루이스 산책시키기, 아침 식사하기 등의 할 일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아침 6시 반에 시작하는 모닝 크로키가 요즘 말썽입니다. 벌써 3주가 지났는데요. 딱 30분만 하는 모닝 크로키라서 크게 부담 없이 시작했고 처음 2주간은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감사 명상을 해도 그리 시간이 빠듯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은 모닝 크로키 후에 한 두 작업을 골라 컬러링 작업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컬러링 작업을 하고 나서부터는 1시간 반~2시간까지 아침에 그림을 그리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겠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에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증거라고 봅니다만, 작업 후에 시계를 보면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아~~


내가 지금 이거 할 때가 아닌데. 지금 빨리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루이스 산책도 안 시켰고 샤워도 안 했고, 아침 청소도 안 했는 데.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감정이 몰려옵니다.


모닝 페이지를 세 페이지 다 쓰지도 못했는 데, 그림 때문에 모닝 루틴이 망가지는 건 아닌가?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좋아하는 일은 맞지만, 마냥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소홀히 하는 게 맞을까? 고민이 됩니다.


오늘 크로키 주제는 클라이밍 하는 사람 그리기였습니다. 클라이밍 하는 사람을 보면 한 발자국을 오르고 나면 행복하지만, 그다음 발자국이 아주 멀리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행복감 한 발자국을 디디면, 그다음은 바로 죄책감 한 발 자국을 제대로 디뎌야 산을 올라갈 수 있더라고요.


죄책감이라는 한 발자국을 내딛지 않으면 영영 산을 오를 수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행복감과 죄책감은 동반자라고 보입니다.


저도 그림에 빠져 행복했던 겁니다. 행복감 뒤에 찾아오는 죄책감도 동반자로 생각하고 흔쾌히 한 발자국 더 내딛으려 합니다.


뒤로 내려가지는 않으려고요.

한참 올라간 뒤에 관조하듯 여유를 갖고 모닝 루틴을 새롭게 세팅해보려고 합니다. 즐기는 것을 즐기고 죄책감도 쿨하게 인정해보려고 합니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할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수치심과 동행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