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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Dec 08. 2022

수치심과 동행하기

12월 8일 그림일기

어린 시절에 수치스러웠던 기억을 하나둘씩 소환해 봅니다. 유치원 때 오줌을 참고 참다가 교실바닥에 실례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고요. (그때는 얼마나 창피했던지) 체력장 장거리 달리기 시험장에서는 마지막 결승점에서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도 납니다. (물론 그날 비가 와서 재시험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넘어졌던 기억은 제 가슴속에 깊은 수치심의 감정 호르몬을 각인시켜 놓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때는 과제를 완수하지 못해서, 노래방에서는 노래를 못해서 수치심이라는 감정 호르몬이 다시 소환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보니, 저는 그 감정이 무척이나 싫었나 봅니다. 다시는 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해도 될 일을 하지 않고 참은 게 참 많았습니다. 꼭 해야 하는 일만 하고, 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하지 않은 것 중에 첫 번째로 꼽으라면 그림 그리기가 있었습니다. 수치심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자책만 하고 부러워만 했었습니다.


창업한 졸업생이 비디오에서 그러더군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꽁꽁 싸매고 숨기고 있지 말라고요. 꺼내놓고 세상과 소통해야 발전하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요.


꺼내놓는다는 것은 전시한다는 것은 수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아주 많은 환경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수치심과 동행하려고 합니다. 꺼내놓고 전시하고 비평받고, 그래서 성장하려고 합니다.


수치심이라는 것은 그만큼 내가 그리는 꿈의 크기가 크다는 뜻이고, 수치심과 동행하면 그 감정이 무덤덤해지는 날이 오겠죠.


수치심은 내가 아닙니다. 내 감정일 뿐이죠. 그 차이를 인정하면 훨씬 더 내가 하고자 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모닝 크로키는 얼굴 표정이었습니다.


이건 채색본이고요.

이건 추가 채색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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