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소유할 때 그 가치를 느낀다. 내가 며칠 전에 중고나라를 통해 판매한 전동 재봉틀도 소유했을 때 가치가 있었다. 사용보다는 보관의 시간이 길었지만, 내가 바지 밑 단을 줄이거나 단추를 급하게 달거나 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제품은 내가 사용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보관 자체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도 사용하는 시간보다는 주차하는 시간이 더 길지만,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동성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준다.
그에 반해 서비스는 조금 다르다. 내가 재봉틀을 사용하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사용 시간을 예약하고, 사용 금액을 일정 지불한 후, 재봉틀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로 이동하여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로 재봉틀을 구매하는 금액의 일부를 서비스 비용으로 지불하지만,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크다.
제품은 이렇게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서비스에 비해 지난 산업화 시대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국내 제조회사에서도 제품의 서비스화와 시나리오를 고민하겠다고 한다.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미래 자동차 사용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자동차 사용 시나리오 및 서비스를 발굴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제품의 서비스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제품에 근거한 서비스의 발굴은 결국 Product와 Service의 결합을 통하여 고객의 Needs를 만족시키겠다는 제조 기업의 내부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기존의 제조 및 판매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고객의 이동을 책임지는 회사로 진화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다.
관점을 자동차 제조에서 고객의 이동으로 전환하면, 제조회사에서 할 일은 많아지기도 하지만 줄어들기도 한다. 고객의 다양한 이동 동선과 행태의 분석에 따른 미래 기회 요인은 많겠으나, 이미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른 서비스 기반의 회사와 협업 모델도 생각해야 한다. 협업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제조 공정에서 일부를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Uber와 자동차 회사가 협업한다고 하면, 기존 가솔린/디젤 엔진 생산 라인을 확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이동의 흐름을 Seamless 하게 제공하는 이동 수단의 디자인 발굴을 통하여 Uber가 선호하는 이동수단을 만드는 회사로 변모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제조 회사에서 모든 고객의 다양한 Needs를 책임질 수는 없다. 제조 역량과 서비스 운용 역량은 분명히 다른 분야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서비스화는 제품과 서비스의 유기적인 결합을 의미하지만, 제품 역량과 서비스 운영 역량의 물리적 결합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제품과 서비스의 수직 계열화가 힘들다는 것은 삼성 핸드폰과 다양한 서비스의 결합이 제한적으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서 잘 알 수 있다.
제품의 서비스화가 미래비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제조의 서비스화 접근 전략은 우선 미래에 등장할 다양한 서비스의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제조는 어떤 플랫폼을 제공해야 좋은 협업을 이룰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