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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r 08. 2020

[에세이] 창의력은 몸 쓰임부터

나는 골프라는 운동을 좋아한다. 골프는 정지된 상태의 공을 막대기로 휘둘러 때리는 아주 정적인 운동이다. 당구도 비슷하지만, 그 공을 때리는 타격감은 사뭇 다르다. 골프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영과 마찬가지로 혼자서도 연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야구나 테니스를 생각해보면, 골프는 혼자서 연습하기에 딱 좋은 운동이다. 


물론 골프는 혼자 연습하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교정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실내 골프장에는 골프 코치가 있어서 자세를 코칭해주고 교정도 해준다. 골프는 자기가 자기의 몸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코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나의 경우, 골프 코칭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코칭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좋지는 않다. 코칭 비용이 비싸기도 하지만, 코치마다 교정의 포인트가 달라서 코치 앞에서 잘되던 스윙이 필드에 나가기만 하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코치에게 골프 스윙에 대한 칭찬을 받고 나서도 필드에 나가면 잘 안 되는 것이 골프 스윙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나의 몸을 스스로 느끼기보다 코치에게 나의 몸을 너무 의존했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지인의 소개로 'ㅎㅂㄱ' 스크린 골프 연습실에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도 집 앞에 있는 연습실에 다니고 있다. 보통의 스크린 골프 연습장이었는 데, 컴퓨터 시뮬레이터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다양한 연습 도구를 개발하고 코칭에 적용하는 것으로 특화된 골프 연습장이었다.


골프는 개인적인 운동이다. 수영처럼 한 번 배우고 난 후에 본인이 계속 반복 훈련을 하며 몸의 변화와 근육 쓰는 법을 익히면 된다. 수영은 물속 저항이 있고, 초시계가 설치되어 있어 본인의 실력이 느는 것을 본인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에 반해 골프는 공이 잘 맞는다고 실력이 느는 운동이 아니다. 골프는 스코어 게임이기 때문에 일관된 근육의 움직임이 수영보다 더 중요하다. 


30년 넘게 골프라는 운동을 해왔지만, 스코어를 줄이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일관성이 문제다. 다양한 코치의 다양한 스윙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지만, 그 원리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만 했으니 일관된 스윙을 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을 실패를 거듭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우선 내가 나의 몸 쓰임을 알자'였다. 몸 쓰임을 알아야 코칭을 받아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신규로 오픈한 ㅎㄱ ㅅ 연습장에서 코칭을 제안했을 때, 선 듯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싫었다.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 수영을 내가 나의 몸을 느끼면서 배웠듯이, 골프도 나의 몸을 느끼고 이해하며 연습을 통해 개선해나가고자 결심했다. 코치가 지적해주는 것이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몸 근육 사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실전에서는 또 실수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골프 연습장에 거의 매일 간다. 하루 30분이라도 연습을 꾸준히 한다. 책 읽기, 글쓰기처럼 습관화하여 일상의 일부로 만들고자 한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나 혼자 하는 연습은 샷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몸의 움직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샷을 한 후에 반드시 나의 샷을 녹화한 영상을 본다. 신기한 것은 나의 골프 스윙 자세는 YOUTUBE 강사들의 스윙 폼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YOUTUBE에서 보았을 때는 너무도 쉬워 보이는 골프 스윙을 나는 전혀 다른 자세로 취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몸 근육을 쓰는 동작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것은 맞다. 내가 머릿속으로는 YOUTUBE 강사의 스윙 폼과 비슷한 몸 사용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촬영된 나의 골프 스윙 모습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쪽 무릎을 너무 굽히고, 골판을 오른쪽 왼쪽으로 많이 흔들거리며 움직인다. 필드에 나가면 동료들이 몸에 힘을 빼고 스윙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많이 해주었지만, 진짜로 몸에 힘을 빼고 스윙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몸은 알지 못했다. 실제로 연습장에서 나의 스윙을 보니 멀리 치려고 하면, 무릎도 무너지고 골반도 무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코치는 이런 나의 몸의 움직임을 교정해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립, 손목, 어깨, 팔, 머리 등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척추를 중심으로 하는 일관된 회전이다. 무릎이 무너지고, 골반이 좌우로 흔들린다는 것은 척추를 중심으로 몸통이 일관되게 회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골프를 쳐왔지만, 정작 중요한 몸통 사용은 신경 쓰지 못한 채, 그 외의 몸 상태와 근육 사용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써온 듯하다. 


몸에 있는 뼈대와 근육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신체 일부의 변화가 전체의 바른 스윙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코치들이 그런 코칭을 해주었겠지만, 나는 이제 팔과 어깨 회전에 대한 관심을 허리에 두기로 마음먹었다. 일관된 허리 회전을 만들자가 나의 일차적 목표다. 팔과 어깨 회전에 관한 나의 관심을 허리 회전에 두기로 한 후, 스윙이 많이 좋아짐을 느낀다. 좋아졌다 함은 일관된 방향으로 일관된 거리를 보내게 되었음을 뜻한다. 좌우로 움직임이 있는 골반을 최대한 절제하고, 왼쪽 무릎이 너무 많이 굽어지는 것도 조심하였다. 또 오른쪽 팔이 너무 몸통 바깥쪽으로 빠지는 것도 조심하기 시작하였다.  


허리 고정을 위해서는 일단 힘을 많이 빼야 했다. 그래야 골반이 오른쪽으로 밀리지 않았다. 힘을 빼고 공을 때려도 거리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실제로 공을 세게 쳐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골프채 디자인에 맞게 공이 자연스럽게 잘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골반의 좌우 움직임이 커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잘못된 몸의 사용으로 골프채 디자인에 반하는 스윙이 된다. 


며칠 동안은 허리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연습을 하는 데, 나름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코치가 다리가 문제네요라고 지적을 한다. 지금까지 어깨에 집중했고, 허리까지 나의 집중도가 내려왔는 데, 이제는 다리까지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를 한다. 코치가 너무 답답해서 한 가지 교정 포인트를 알려준 것이다. 오늘은 그래서 아침 일찍 연습장에 갈 생각이다. 허리를 고정하고 다리 움직임에도 신경을 써볼 요량이다. 하지만 다리 움직임을 교정한다고 앞서 연습했던 허리 고정을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은 머리, 목, 어깨, 팔, 허리, 몸통, 다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한 부위가 바뀌면 전체적으로 리듬감도 놓치기 쉽다. 그리고 한 부위에만 집중해서 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교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몸 쓰기 전략은 어깨, 팔 부위, 허리 부위, 다리 부위로 부위별로 이동하며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해 볼 예정이다. 




우리 뇌는 이렇게 몸의 다양한 근육을 제대로 훈련시키고 쓰도록 진화했다. 원시시대에 뇌는 99% 이상이 생존을 위한 몸 사용을 위하여 활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뇌는 읽고, 쓰고, 계산하고, 외우고, 추론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뇌는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작업은 우리 인간의 몸을 잘 사용하는 데서 시작한다. 회화의 붓질, 크로키의 연필선 그리기, 바이올린 연주자의 몸 사용, 음악가의 발성 등 창의적인 작업은 몸 근육의 사용과 훈련을 전제로 한다. 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때 우리는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사람을 추앙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 컴퓨터가 인간의 많은 지적 활동을 대신해준다고 한다. 


인간이 진화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파고든다. 읽고, 쓰고, 계산하고, 외우고, 추론(?)하는 일을 대신해준다고 나선 것이다. 인간이 진화적으로 발달시켜 온 부분은 몸의 사용이다. 실제로 스스로 몸 근육의 사용을 정교화하는 작업은 단순히 읽고, 쓰고, 계산하는 작업보다 더 많은 뇌의 작용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이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예술 교육, 운동 교육, 연기 교육 등 몸 근육을 사용하는 교육에 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몸 근육 사용에 자기 교정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그것이 뇌가 가지는 창의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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