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열매를 볶은 후, 그 가루를 물로 우려낸 음료다. 커피에서 과일에서와 같은 열매의 맛이 나는 게 정상이다.
금속은 항상 아름답다. 특히 로스팅 기계에 사용된 금속은 단순하면서도 기계적인 정밀한 조형을 보여준다.
커피에서는 시큼한 맛이나 떫은맛, 때로는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원두를 너무 많이 볶게 되면 가루가 이미 많이 탄 상태에서 마시게 되기 때문에 쓴맛이 날 수 있다.
그만큼 커피 맛을 좋게 내는 데는 커피 볶는 기술이 중요하다. 커피를 볶는 과정을 커피 로스팅 과정이라 부른다. 커피 생두의 색은 누리끼리한 색이다. 이 생두를 거무스름하게 볶는 과정이 바로 로스팅 과정이다.
커피 원두가 투입되는 부분이다. 접시처럼 넓은 투입구에서 원두는 한 번에 500g 혹은 1kg씩 투입된다. 원두가 원두 기계로 밀려들어갈 때는 추욱하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 로스팅 기계를 구매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구입한 로스팅 기계는 완전 수동이고 그래서 원리는 눈에 잘 보인다. 드럼통이 있고, 그 드럼통에 전기로 열을 가한다. 그다음에 원두는 원통형의 히터 안으로 들어가서 공기 대류열로 볶아진다. 잘 볶아진 원두를 추출하고 잘 말리면 끝이다.
금속은 차가운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손잡이의 모습에서는 묵직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다 볶아진 원두가 배출되는 배출구의 모습이다. 다 볶아진 원두는 이 곳 배출구로 배출되어 쿨링 작업을 하게 된다. 금속은 절곡 작업을 통해서 날카로운 부분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하여 원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의 로스팅 과정은 기계 내부 드럼통의 온도를 170 °C까지 예열하고, 온두라스 와시드 생두 300g을 투입했다. 그럼 내부 드럼통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가기 시작한다. 80 °C 정도까지 내려간 후, 다시 온도가 올라가는 데 이때 적당한 불의 온도를 맞추어야 잘 볶아진다.
너무 온도가 높으면 생두의 안쪽이 익기 전에 바깥쪽이 볶아진다. 삼겹살을 굽는 기술과도 같다. 너무 센 불에 삼겹살을 구우면 겉면만 타고 안 쪽살은 익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대로 로스팅의 온도가 낮으면 오랜 시간을 드럼통에서 볶아야 하고, 생두가 잘 구워지기보다는 내부로부터 익혀져서 커피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 너무 약불로 오래 구운 고기의 맛이 다 없어진 고기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원리는 비슷하다. 고기 굽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많이 먹어보고 많이 구워봐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금속과 금속이 이어지는 부위의 투박함과 정교함이 모두 보인다. 연결부위는 정확하게 조여져야 한다. 금속은 두 부품을 결합하기 위하여 결합구조를 겉으로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는다.
오늘은 6 정도에서 불 조절을 했고, 8분 정도 지나니 드럼통의 온도는 190 °C까지 올라갔고 투 툭 투 툭한 일차 크랙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많이 태운 원두가 만들어질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일단 불을 끄고 드럼통이 남아있는 예열로 원두를 볶아주었다. 드럼통 내부의 온도가 200 °C 가 넘기 시작했고, 일차 크랙의 소리는 잠잠해졌다. 이제 결정의 시간이다. 원두를 배출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두고 원두를 태울 것인가? 이 짧은 순간에 커피의 다양한 맛이 결정되는 것이다.
드럼통에서 갓 볶아진 커피가 쏟아져 나온다. 내 일생 처음의 로스팅이다. 색은 커피 원두의 색과 비슷하다. 너무 까맣게 타지도 않았다. 일차 크랙도 잘 보인다. 일단은 성공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가서 원두를 갈고 드립 커피로 마셔볼 생각이다. 어떤 맛이 날 지 궁금하다.
커피에 관련된 도구들은 유독 금속이 많다. 우유가 스팀과 만나 거품이 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릇 안에서 우유는 회전하고, 덥혀지면서 거품을 내며 크림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