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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Feb 11. 2023

캐릭터 개발하기

23년 2월 11일

2022년 8월 29일부터 그림일기를 브런치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총 63편의 그림일기를 진행하였으며, 모닝 드로잉에서 연습한 인체구조와 화면구성을 통한 스토리의 전개 방식, 그리고 모닝 페이지에서 탐험했던 나의 내면세계를 결합하여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개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https://youtu.be/UyyjU8fzEYU

일단은 '우뇌 탐험'이라는 주제로 캐릭터의 세계관을 구축 중입니다만, 이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는 질 볼트 테일러라는 분의 TED 영상과 나를 알고 싶을 때 뇌 과학을 공부합니다란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질 볼트 테일러라는 여성 과학자는 선천적인 문제로 좌뇌에 뇌출혈이 일어나, 뇌의 일부분을 사용하지 못할 때, 과학자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관찰하여 좌뇌와 우뇌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하고자 노력했던 분으로 유명한데요.


이분의 주장에 따르면 우뇌에서는 독립적인 객체로서의 나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나와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나와 공간, 나와 물질, 그리고 나와 타인과의 동질성을 느끼는 상태를 경험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좌뇌는 나 나 나 하며 생존을 위해 열심히 생각이라는 회로를 작동시키는데, 우뇌는 그 반대로 작동하며 생존과는 크게 상관없는 우주와의 합일을 경험하는 일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기분 좋은 산책을 하거나 명상할 때, 그리고 여유롭게 여행할 때나 사랑에 빠질 때도 이 우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하네요.


기분 좋은 경험은 그래서 우뇌가 담당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요. 생존을 위해 그런 경험을 뒤로 미루고 지나치게 좌뇌 위주로 사는 현대인이 많은 데,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진 사회에 살게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대안으로 근 미래에는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인류 진화의 방향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런 우뇌 세계에 사는 캐릭터니, 당연히 신체를 규정짓는 어떤 굴레도 속박도 없어야겠죠? 그래서 처음에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캐릭터를 그려보았습니다.

또한 마티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가 경계를 넘나드는 광경의 세계를 그려보기도 했고요. 나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스토리도 구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 그것을 아시나요? 이 캐릭터 개발과 스토리 전개가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는 사실을요.


저도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원래 튀어나오려던 캐릭터를 그동안에 꾹 억눌러왔던 것은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캐릭터를 다 그려놓고 보니, 개발할 때의 기분 좋음과는 다르게 '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논리적인 좌뇌가 작동하기 시작한 거죠.


'이게 시장성이 있는 것 같아?'

혹은

'이것을 나중에 어떻게 3d로 만들건대?'

라는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한 거죠.


한 사람 속에 4명의 뇌가 있다는 것이 사실인 양, 가혹하고 혹독한 크리틱이 시작되었습니다. 좌뇌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개발한 캐릭터가 있었잖아. 그 캐릭터는 귀여웠지. 그 캐릭터의 특징을 가져와야 해. 즉, 귀여워야 한다고.

그렇지.

정신 차리고 귀엽게 무조건 귀엽게 만들어야지 하며 귀여운 게 뭐지? 눈을 크게 그리면 되나? 하며 당장은 눈이 겁나게 큰 캐릭터를 스케치하는 중입니다.

눈이 큰 캐릭터 그리기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게 되니, 세상에나. 크로키 수업 시간에도 눈을 크게 그리고 있다가 선생님에게 호되게 혼이 나 버렸습니다.

그래도 속으로 믿고 있습니다.


혼이 났다는 사실은 무엇인가 좋은 사인이라는 것을요. 전통을 파괴하고 기존에 없던 무엇이 튀어나올 전조라는 것을요. 그래서 기존의 선생님이 짜증을 내시는 것이라는 점을요.


당분간은 신나게 캐릭터를 더 스케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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