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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Feb 22. 2023

스케치와 페인팅은 달라요.

23년 2월 22일 그림일기


확실히 스케치와 페인팅은 다르다.


스케치는 형태와 구조를 탐구하는 방식이라서 뇌에서 끊임없이 배경과 전경을 구분하고 전경을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노력의 작업이지만, 페인팅은 사각 프레임 안에서 전경과 배경이 어우러진 하나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스케치에서는 대상을 잘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외곽선의 역할이 아주 큰 반면에, 페인팅에서는 배경색의 조화로움과 전경을 부각하기 위한 색상과 명도의 대비현상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인팅에서는 전경이 도두라지려면 배경의 도움이 필수다.


아름다운 노란색은 노란색을 빛나게 하는 배경색을 만나야만 빛이 나고, 경쾌한 핑크색도 핑크색을 쨍하게 도드라지게 할 수 있는 배경색을 필요로 한다.


스케치가 혼자 플레이하는 스포츠라면, 그래서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고 한다면, 페인팅은 팀 스포츠와도 같다. 빌드업해야 결과가 만들어진다. 혼자 잘해서는 안된다. 그림자를 잘 쌓아나가야 전경의 주인공이 빛이 나는 것이다.

요즘 GPT-3, ChatGPT, 그리고 미드져니에 대한 대화가 넘쳐난다. 초등학교 서술학원 숙제를 Chat GPT로 했더니,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더라라는 식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브런치 글에는 ChatGPT와 미드져니를 이용하여 현재 넷플릭스 모바일사이트 화면디자인을 개선해 보았다는 글도 올라온다.


이제는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사작성이나 홍보문구 작성,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인공지능이 대신 아이디어를 마구 만들어내는 경우가 그렇다.


소설가의 미래는 어떨까? 5년 후 아침에 일어나서 자비스! 내가 꿀꿀한데 요즘 뉴스에 나온 사회현상 비꼬고 꼬집는 내용을 넣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정도의 추리소설을 써줘.  내가 5시간 정도 집중하고 싶어. 그리고 내가 읽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게 말이야.~~

라고 말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김이 빠지는 소리다. 창작의 과정은 빌드업의 과정이다. 한 단계 성장할 때마다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집중과 몰입의 즐거움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분야가 창작분야다.


도전하고 준비하고 훈련하고, 새로운 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분야다. 버튼을 꾹 누른다고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영역이다. 스킬뿐만이 아니라, 기분도 또한 잘 다스려야 한다.


인간으로 때어나 인간을 탐구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분야가 창작분야인데, 이 분야가 가장 크게 공격받고, 저평가되는 분위기가 몹시 당혹스럽다.


페인팅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축구에서 처럼 세트플레이가 필요하고, 그래서 공격수 몇 명만 트레이닝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를 모두 트레이닝을 시켜야 한 작업이 완성되는 것이다.


 각자가 제 몫을 해줄 때 득점찬스가 온다. 그리고 그 감독 역할은 창작영역에서 잘 훈련된 인간이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팀 원으로 함께 일할 날이 멀지 않았고, 멤버를 트레이닝시켜 세트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영역의 창작자도 필요하겠다 싶다.


스케치는 개인 플레이고, 페인팅은 팀플레이다.
창작자는 감독이고, 인공지능은 선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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