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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Feb 26. 2023

테니스는 즐겁습니다.

23년 2월 26일 그림일기

요즘 테니스가 재미있습니다.


병원에 가면 일주일에 두 번은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운동을 하라는 처방을 받았는데요. 코로나로 자전거 타기를 게을리했던 저는 실내테니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골프는 멈춰있는 공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멀리 보내는 운동이라면, 테니스는 상대방이 넘겨 보낸 공을 다시 상대방의 코트로 넘기는 운동입니다. 즉. 움직이는 타깃을 맞추는 운동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멈춰있는 공을 치는 것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훈련의 경험으로는 테니스가 골프보다 더 쉽습니다.


아직까지는요.


공을 채로 친다고 하죠. 근데 레슨 받을 때, 신기한 점은 공을 칠 때 손목을 쓰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공을 급하게 치려하거나, 공이 예상보다 높게 오면 의도치는 않았지만 손목을 쓰게 된답니다. 억지로 공을 채로 치는 거죠. 어깨를 이용해서 아니 온몸을 이용해서 힘 빼고 자연스럽게 공을 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시더군요.


앗. 이건.


그림그릴 때 듣던 소리와 비슷한데!


손목을 쓰지 말고 어깨를 이용하여 길게 길게 선을 써야 한다고 누누이 선생님한테 들었거든요. 손목을 쓰면 선이 정확하지 않다고요.


몸을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선 근육사용의 일관성을 쌓을 수 있도록 훈련하고, 그다음 미세 조절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가 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잘하려고 미세조절능력을 키우려고 하면 처음에는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력향상은 안 되는 것이죠.


선생님들은 그 점을 잘 아시나 봐요.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몽쓰는 법을 배우라고 하십니다. 그 말을 믿어야 하는데 쉽지 않죠.



오늘의 모닝 드로잉에서는 연필을 뉘어서 사용해 봤어요. 연필을 잡을 때 학교에서 배운 방식이 아닌 미술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죠. 처음에는 외곽선을 그리는 데 어색했는데 꾹 참고 믿고 그려보니, 뉘어서 사용하면 손목사용이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손목사용이 제한되다 보니 오히려 어깨로, 몸으로 외곽선을 그리게 되고, 그래서 눈과 근육의 연결이 더 잘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그림을 그렸는 데, 이제야 크로키의 멋을 알겠습니다. 크로키는 정확한 계산에 의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그냥 몸의 감각을 믿고 몸에 맡기는 드로잉을 말하는 것이더라고요.


괜히 정확하게 그리려 하다 보면 손목을 쓰게 되고, 눈으로 보고 근육으로 옮기는 훈련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테니스도 손목을 쓰지 않으면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지점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림도 테니스도 결국 몸을 믿고 몸에 맡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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