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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Apr 20. 2023

몰입을 경험하다 보니

23년 4월 24일 그림일기

3분 크로키를 하다 보면 어느 포즈, 어느 순간에 딱 필이 꽂히는 한 선이 등장합니다. 그 선이 등장하는 순간 갑작스레 시공간이 왜곡되며, 내 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음 선을 이어갑니다.

사람의 손으로는 그을 수 없는 선이 만들어지고, 저는 이런 현상을 그분이 오셨다고 표현합니다. 그분은 내 안에서 분명히 나온 분인데도, 평소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등장하면 생소한 기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자연스러운 리듬감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그리고는 쓱 쓱 종이에 연필이 긁히는 소리에만 집중하고, 세상과 내가 하나로 동화되는 순간을 즐기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경험해 보셨나요? 글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도 포함해서요. 이 분이 등장해서 집중하여 온 신경을 모델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몸과 감각을 다 쓰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해집니다. 긴장 후에 이완처럼요. 신내림 과정은 분명히 아닐 테니. 저는 이 과정을 몰입의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집중해서 꾸준히 하다 보면, 그래서 즐기게 되나 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꾸준히 하라고 하는 말도 있지만, 우선은 꾸준히 해서 몰입의 참 맛을 알아갈 필요도 있습니다. 그 힘든 작업을 왜 어렵게 꾸준히 하냐고요? 잘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잘하려면 꾸준히 해야 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집중의 시간이 늘어나고, 그 결과로 몰입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몰입의 즐거움을 한 분야에서 알아버렸다면 그 경험은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삶의 희열이 됩니다. 한 분야에서 몰입을 경험하다 보면, 그 경험을 다른 분야에서도 또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독서에도 적용해 보고 있습니다. 내용을 읽고 있는 중에도 계속 질문을 던지는 그분을 소환하거나, 적어도 목차 제목이 뭐지? 물어보는 그 분과 대화를 하며 읽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히 행하는 단계이지만. 독서에서도 온몸이 개운하다는 몰입을 경험하고 나면 시공간이 왜곡됨을 느낄 수 있겠죠?


또한 최근에 그림을 그릴 때 면으로 보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선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더군요. 선으로 볼 때는 형태에만 집중했었지만, 면으로 보려 하니 빛과 그림자를 보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면으로 바라보는 시도도 꾸준히 다양하게 해보려 합니다.


몰입의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요 여러분의 몰입경지에서 느낀 신체의 변화에 대한 에피소드를 듣고 싶네요.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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