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도 맛있지만 공간도 구석구석 재미난 장치를 많이 만들어 놔서 위례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습니다. 사람도 많고, 또 자꾸만 생각나서 가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으로는 그 공간에서 느껴졌던 감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네요.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도 좋았던 공간을 사진으로 찍으면 그 공간에서 느껴졌던 여러공간 감각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시지 않으셨나요? 저는 매번 비슷한 경험을 하거든요. 제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겠거니 하던 때도 있었지만, 공간인식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사진기술에 대한 자책을 덜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러분은 이런 아름다운 공간은 눈이 아닌 몸으로 보기(인식한기) 때문이라는데요. 시각적으로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외부 세계를 눈이 아닌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신체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죠. 몸으로 세상을 본다니 잘 믿어지지 않으시죠?
몸으로 어떻게 세상을 본단 말이지? 하실 텐데요. 저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믿기지 않았는데요. 크로키를 하며 배운 점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그린 크로키 그림을 보고 나서는 옆에서 있던 작가분이 "이건 바로 이작가님 당신 모습을 그린 거네요!! 호호" 하셨습니다. 저는 두 눈을 부릅뜨고 모델인 대상을 관찰하여 최대한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는데요. 물론 5분 동안이지만요. 작가님 눈에는 내가 내 모습을 그린 것 같이 느끼셨나 봐요.
그런데 그 말씀을 듣고 다시 제 그림을 보니, 제가 봐도 제 그림은 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구부정한 어깨와 멍한 표정, 더부룩한 머리털, 짧은 다리는 영락없는 저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제 자세가 구부정하니 관찰하는 대상도 구부정하게 인식하고 모델의 포즈를 나의 몸을 기준으로 해석하여 그런 포즈가 강조된 그림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하도 재미있는 경험을 해서 정말로 인간은 몸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게 맞나?라는 질문을 가지고 조금 더 찾아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공간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요. 인간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손과 발의 위치, 그리고 머리 방향과 입의 위치, 눈과 귀의 위치와 방향 등 생명 활동에 필요한 신체의 위치와 방향정보를 상대좌표 속에 저장해 놓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감고도 자신의 손과 발의 위치는 기가 막히게 알아맞힐 수 있는 거죠.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공간을 인식할 때는 눈으로 인식하는 것은 일부이고 대부분이 본인의 신체정보를 기준으로 하는 격자세포를 활용하여 주변 공간을 인지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본인이 공간 내에서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격자세포가 튀어나와서 주변 공간을 스캔하고, 그 스캔한 정보를 다시 신체로 돌려보내 주변 공간을 인식한다는 이론이죠. 아래 링크 영상을 보시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이론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