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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Apr 30. 2020

[에세이] 이케아에서 배우는 K-DESIGN의 미래

감성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사고의 힘

경기도 광명시 KTX 터미널 옆 IKEA 매장에 다녀오면 그 날 저녁은 꼭 설레는 감정이 들어서 뭔가 하고 봤더니 아마도 이케아 매장에서 보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고, 더 나아가 북유럽 디자인에서 내가 배워야만 하는 화두를 더 정리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서이기 때문이 것 같기도 했다.  


일단 이케아는 1943년 스웨덴인이 만든 가구회사다.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는 다국적 회사라고 누군가가 나무 위키에 정리해 놓았고, DIY (Do It Yourself) 조립방식이라 포장과 배송이 쉬워 도심 외곽에 큰 매장을 창고형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 놓고 저렴하고 적당히 튼튼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라고도 명시해 놓았다.


매번 매장을 방문하면 가구를 보는 시간보다는 잘 갖춘 쇼룸을 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을 보면 내가 설레는 이유가 쇼룸 때문인 것은 분명했다. 거실, 다이닝 룸, 주방, 서재 등으로 꾸민 쇼룸에서는 잠시 소파에 앉아 우리 앞으로 이렇게 꾸밀까?라는 말을 자주 한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게 매장을 구성했으니 설레는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다른 가구 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산뜻한 기분이 든다. 


누군지는 몰라도 인간의 감정을 잘 배려하는 사람이 매장과 동선을 설계했구나라는 감정은 비스트로 레스토랑에 도달하면서 최고조에 이른다. 가장 반가운 점은 적당한 양으로 준비된 레스토랑 음식이다. 음식을 남길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음식을 다 먹고 난 후의 감정까지도 세심하게 잘 디자인했구나 하고 감탄한다. 음식의 양이 적당하니 음식 원재료로 아마 신선하고 좋은 재료 만을 엄선해서 사용했겠구나라는 신뢰가 생기기도 하고, 게다가 커피는 오가닉 커피를 원두로 사용한다고 하니 더 믿음이 갔다.   


집에 돌아와서 이케아 브로슈어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란다. 이번 호 이케아 브로슈어에는 유독 강력한 색상의 중간 광고 페이지가 많았는 데, 이케아가 한국 소비자에게 당신 집 인테리어를 할 때 이렇게 과감한 색상을 사용해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즐겁고 유쾌하게 소비자를 교육하고 새로운 시도를 유도하는 경쾌한 마케팅 방식도 내가 설레는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이케아가 이렇게 쉽고 빠르게 감성 제품 개발 및 감성 마케팅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겼고, 레고와 HAGS라는 회사 제품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곧 시스템 사고의 힘이 아닐까?라는 해답을 내놓아 본다.  


레고는 어린이를 위한 덴마크 장난감 회사다. HAGS는 스웨덴에 있는 조립형 어린이 놀이터 제조사다. 몇 년 전 회사의 초청으로 HAGS 제품 생산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 데, 국내 환경을 고려하여 아래 그림과 같은 완성된 모습을 설계한 후에 HAGS 본사에 주문을 하면 마치 이케아 제품처럼 부품으로 우리나라에서 배달되고,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DIY 방식으로 조립한다.   


2009년 스웨덴 HAGS 본사를 방문했을 때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을 보면서, 이렇게 큰 놀이터를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하고 전 세계로 수출하는 시스템을 갖췄음에 상당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절곡 전문가, 용접 전문가, 나무 가공 전문가, 도색 전문가 등으로 나눠있었다.  


각자 하루에 해야 하는 할당량이 있었고, 작업자는 작업 지시서에 맞춰 자기가 맡은 부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드는 작업을 해당 시간만큼만 하고 퇴근하는 모습이 참 생소했다. 작업장은 아주 아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작업 공간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공장은 낡고 어둡고 불쾌한 작업 환경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 공장 방문 경험이었다. 이런 공장 시스템이 있으면 레고처럼 다양한 제품 개발을 빠르게 할 수 있겠다는 부러운 마음만 한 가득이었다. 이케아가 보여준 빠른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잡는 감성 디자인의 힘은 결국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생산된 부품은 제품 코드로 분류되어 잘 정리되고 다음번 주문에 따라 취합되어 해당 나라로 보내진다.


요즘 한국 디자인의 세계화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 K-POP, K-BEAUTY, K-방역, K-MOVIE 가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K-DESIGN의 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트렌디함? 빠른 대응? 높은 신뢰성? MIX 문화? 등등 좋은 방향성은 많이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결국 K-DESIGN의 방향성을 전통 공예와 최첨단 기술의 융합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디자인을 문화로 보기 때문에 공예가 소비자의 삶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삶 자체도 윤택하게 했던 그 정신 혹은 시스템을 차용하고 싶다.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면서 디자이너의 삶 자체도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K-DESIGN의 기본 정신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K-DESIGN을 사용하는 전 세계 소비자가 DIY 하여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런 게 K-DESIGN 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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