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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Apr 28. 2020

[에세이] 일상 복귀 준비

책상을 옮겼다

읽지 않던 책을 읽고 스지 않던 글을 썼던 지난 100여 일을 추억으로 남기고, 이제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하면서 오늘 아침 가장 먼저 한 일은 침실 방에 있던 나의 책상을 내 방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우선 내가 비운 사이 내 방을 차지해버린 빨래 거치대를 거실로 옮겼다. 거실에 나와있는 빨래 거치대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내 방에 있던 책상을 침실 방으로 옮겼지만, 오늘 나의 일상 복귀 열망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실로 옮긴 빨래 거치대 자리에는 나의 암묵적 동의하에 내 것이 아닌 것들로 채워졌다. 아이들의 겨울 옷들, 강아지 배변 패드, 화장실 휴지 박스 등이 그것이다. 자기 원래 자리였던 것처럼 의연하게 그 자리에서 뭉개고 있었다.  


주인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내 방에 이미 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내가 이제는 내쫓을 뽀쪽한 방도가 없다. 한쪽으로 짐꾸러미를 몰아넣으니 겨우 책상이 들어갈 자리가 새로 생긴다. 이사를 들어가는 기분은 항상 새롭다. 공간이 새로우니 그런 걸까? 약간은 들뜬다.


나이 반백이 넘으면 남자는 자기 서재를 갖고 싶어 한다고 했다. 나도 내 서재라고 있지만 책상도 서랍장도 그리고 책꽂이도 모두 누군가 쓰고 남은 제품이다. 뭔가 세련되거나 디자이너의 방 같지는 않다. 그냥 그 자리에서 본연의 기능만 충실히 하는 제품들이다.


책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 옮겨놓고 나니 내가 이 방을 꾸민다면 어떻게 꾸밀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의 시간을 가진다. 좋은 스피커는 필수다. Rareraw사의 스테인리스 가변 수납장도 꼭 있어야 한다. 조명은 이케아에서 구매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내 방에서는 좋은 향이 나야 한다. 그리고 좋은 음악도 있어야 한다. 나는 역시 느끼는 것에 더 끌리는 사람인가 보다.


문을 열어놓으니 시원한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책도 집중해서 더 잘 읽힌다. 침실에 있을 때는 수시로 방해받았었다. 지금은 중고 제품 위에서 책을 읽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행복하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좋아하는 책과 기록 습관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꼭 가지고 가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잊었던 내 방의 아늑함도 같이 가지고 가야지. 이제 곧 보자. 일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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