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인싸로 살면서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고 즐기고 싶은 만큼 여인을 즐긴 사람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전시다.
물랑 루주 극장 맨 앞자리에 앉아 춤추는 무희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서 그에게는 빠르게 흐르는 강렬한 선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담한 생략과 함께 붓으로 직접 표현한 선을 통해서 그 인물의 역동성이 보인다.
본인의 신체적 장애 때문이었을까? 그가 그린 인물의 신체 비율은 실제 사진의 모습과 비교해보아도 이상적으로 너무 아름답다. 색을 덧칠하여 표현한 것도 아닌 데 평면적 인물에서 입체감과 함께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은 우리 관객의 뇌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술에 잔뜩 취한 채 상업적 포스트로 첫 성공을 맛 본 로트렉은 자신의 재능 - 즉 선으로 표현하기 - 를 통해 그 당시에 화단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으면서도 젊은 작가의 아이돌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피카소도 로트렉의 추종자였다고 하며, 인간의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상상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전기를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번 전시는 꼭 도슨트를 대동해서 설명 듣기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슨트 설명이 한 시간 가량 이어질 정도로 로트렉의 방대한 작업이 전시되고 있다.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첫 방문은 도슨트를 듣기 위해서, 두세 번째는 차분히 앉아 그의 그림을 모사해보기 위해서. 아마 로트렉의 천재성을 조금이나마 훔쳐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