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독 11기 독서토론회에 참여한 후
처음 독서토론회에 참가합니다. 독서토론회에서는 발제문과 함께 시작하더군요. 시절 일기라는 책을 읽고 독서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발제문이 있어 나름대로 열심히 작성해보기 쉬웠습니다.
책을 읽은 후 당신의 소감과 별점은?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글을 써 온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소설가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건을 인식하는 방법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방식 등을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제가 어려운 수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3.5 / 5 정도. 작가의 일상과 내면의 흐름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내용 구성 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어디인가요?
창작자란 결국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이구나. 언제나 창작은 자기 자신을 불태우는 작업인데, 다 불태우고 남은 그림자 속에서도 꾸준히 불씨를 찾아 지펴야 하는 직업이구나라고 표현한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일기를 쓰시나요? 그렇다면 왜 쓰고 어떤 내용을 쓰시나요? 그렇지 않다면 쓰지 않는 이유는요?
일기를 쓰지는 않습니다. 가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정도인데요.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와 순간순간의 의식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혹은 아직 두렵다고 해야 하나요? 대신 나의 일 년 하루하루 이야기, 즉 계획표를 쓰는 작업을 6개월간 지속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들으니 다른 많은 작가님들도 일기를 매일 쓰시는 것은 아니시더군요. 토론회 참여자 한 분의 이야기가 많이 남는데요. 그분은 자기감정이 복잡할 때 일기를 쓴다고 하십니다.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복잡한 감정이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그것이 글쓰기의 힘이라고. 저도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해보았습니다. 자기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할 때, 그리고 그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하루, 일주일, 한 달을 허비하기 싫을 때, 일기 쓰기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기를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만의 비밀공간에 자신만의 일기_감정_표현을 써보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시대에 있어서 문학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작가처럼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고 전체 사회의식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 그리고 작가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문학을 비롯한 창작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뒷장 단편 소설의 느낌은 어땠어요?
독서토론회 참여자 중 많은 분들이 뒷장 단편 소설 추천을 해주시는 바람에 독서토론회 끝나고 바로 읽었습니다. 사랑이야기 맞는 데, 순간의 추억으로써의 사랑이 아닌 기억하고 곱씹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는 '각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우리가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데 게으름은 크게 저항 없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각성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자신, 꿈을 망각하기 일쑤입니다. 인간이 망각에 빠져드는 순간은 곧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입니다. 순간순간 깨어있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가 이렇게 뼈저리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각성하는 것이 창작자로 깨어있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이 나에게 다가오는 소설이었습니다.
김연수의 문체는 어땠나요? 그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요?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처음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쉬운 문장은 아니었네요. 소설가 특유의 길게 늘어뜨리는 문장을 구사했는데요. 특히나 읽다 보면 주어나 화자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찾아봐야 하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본인의 기억이나 감정을 또 다른 작가의 문구에 의존하여 풀어나가는 방식이라, 공감대 형성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나쁜 시절을 견디는 방법이 있을까요?
나쁜 시절이란 목표가 없는 시기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목표가 없으면 쉽게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나쁜 시절을 견디는 방법은 그래서 외적으로 내적으로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독서토론회는 한 시간 반가량 줌으로 진행됐습니다. 줌은 여러 번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얼굴 비디오는 모두 꺼놓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순서를 정하여 토론하는 방식이 오히려 처음 독서토론회에 참석하는 나에게 더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독서토론회에는 총 8~9분이 순서를 정하여 발제문에서 제시한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어졌고, 그 짧은 순간에도 참여자들의 열정과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주부 작가님과 호주에서 참여하시는 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서토론회는 혼자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서평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문을 열어줍니다. 발제문의 답에서도 썼지만, 창작자로서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깨어있기 위해서는 나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창작자는 자기 내면의 수양을 위해 경주하는 사람이지만, 씨줄과 날줄처럼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다함으로써 내적 수양의 깊이도 깊어진다는 점 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독서토론회에 참여해보니, 직접 독서토론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변에 좋은 독서토론회가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일단 온라인으로 많은 독서토론회에 참여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