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에 대한 작가 윤 광준의 개인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필집이다. 윤 광준 작가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분야에서 골고루 경험치가 높다. 그렇지만 책에서는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냥 제대로 느끼기를 추천한다. 더 많이 경험하면 더 많이 즐기게 되고, 더 많이 즐기게 되면 더 많이 알아가게 되는 심미안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 한다.
개인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참 메말랐던 2020년 한 해였다. 우연히도 2020년 12월에 창고에서 오래된 턴테이블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수리도 하고 LP판도 구해서 오디오 시스템을 꾸몄다. Dual 731q 독일산 턴테이블이다.
턴테이블 바늘에서 나는 소리를 스피커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프리앰프가 필요하다. 그 예전에 쓰던 110v 야마하 프리앰프도 함께 살려냈다. 스피커는 제 스피커가 아니다. 그냥 TV에 연결해서 사용하려 했던 스피커를 연결했다.
이렇게 내 방에 작은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했고, 처음으로 쇼팽의 피아노 야상곡 녹턴을 들었다. 지금도 그 음반을 듣고 있다. 피아노 소리는 완벽하지 않다. 그 옛날에 들었던 그 옛날의 소리다. 그렇지만 나는 모른다. 오래된 바늘 때문에 그런지, 카트리지가 낡아서 그런지, 판 자체의 문제인지, 프리앰프의 성능 문제인지, 아니면 스피커가 제대로 소리를 받아내지를 못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연결선이 너무 길어서 그런 것인지를.
단지 내가 지금 아는 것은 내가 이 낡은 소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소리가 멜론과 블루투스 조합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소리 가는 것도 안다. 이 낡은 소리가 바로 나를 즐겁게 하는 소리다. 이런 것이 나에게는 아름다움이다. 아주 익숙한 것.
하지만 작가 윤광준은 조금은 다르게 세상을 탐험하라고 권한다. 조금은 불편하고 낯선 인공물을 알아가는 일은 '조금은 다른 세상'을 살아보는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세상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만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볼 때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 광준은 이런 진리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했을 것이다. 강요하지 않고 느끼는 방식으로. 윤 광준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세상의 다른 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의 확장이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의미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