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백일 Jan 11. 2021

[에세이] 나의 오디오 심폐소생기

 

웬일인지 마음이 정리가 안 되고 집중할 수 없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으며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간다.  


지금 이 공간에는 에너지가 흩어져있고, 시간과 음악만이 존재하며, 긴장한 듯 각성한 청각이 살아서 움직인다. 음악에 취한 채 한 음 한 음이 충실해질 때까지 관조할 뿐이다. 취한다는 표현이 맞다. 오디오에 취해서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진정으로 오디오에서 나온 소리인가 싶어 멍하게 시간을 흘리고 있다.


오디오의 정수는 역시 스피커다. 오늘 스피커를 castle richmond classic 3i로 구성했을 뿐인데, 신세계가 열렸다. 스피커를 통해서 오디오가 다시 살아났다. 심폐소생의 시작은 바로 턴테이블이었다. 창고에 10년 정도 있었고, 독일산 Dual 731Q 모델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세운상가의 수리수리 협동조합에서 수리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수리하면 판매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 14만 원이나 주고 수리를 한 후에 음향 테스트용 LP판을 구매하였다. 당근마켙에는 다양한 종류의 LP판이 거래되고 있었지만, 클래식 음반이 가장 저렴했기에 쇼팽의 피아노 야상곡 음반을 구매하였다. 


쇼팽의 피아노 야상곡은 아버님이 예전에 집에서 자주 틀어주시던 음악이었다. 새삼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이니 예전 감성과 기억이 살아났다. 그러나 그냥 감상 수준의 오디오 음향이었다. YAMAHA RX-V490 리시버에 억지로 TV용 스피커를 HDMI 케이블로 연결한 탓이 컸다.


찌직소리와 고음의 깨지는 소리는 오래된 음반과 오래된 턴테이블, 오래된 리시버 탓으로 돌리기에 딱 좋았다. 그러나 오늘 구매한 영국산 스피커는 오래된 기기에서도 훌륭한 소리가 재생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만큼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931 MHz FM Classic 라디오 프로그램도 듣는다.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클래식 음악도 이렇게나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닫는다. 청력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런 신세계를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이 정도 구성으로도 나는 대만족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