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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Feb 14. 2021

삶에서 나만의 예술만들기

심미안 수업 서평

삶에 아름다움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에 대한 작가 윤광준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필집입니다. 작가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분야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일상의 소중함을 마주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일상의 사물이 주는 가치를 알아차리고 순간의 소중함을 받아들이고 그 차이를 즐기는 것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법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01. 취향이 단단해질수록 삶은 구체성을 띤다] 

여러분은 자신만의 공간이 있나요? 저는 4년 전에 겨우 마련하였습니다. 학교 졸업 때까지의 내 방은 공부를 위한 공간이었기에 진짜 내 방이라 부르기 어려웠습니다만, 지금 이 공간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놓으니 진짜 내 방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몰스킨 까이에 XL 스퀘어드 노트가 있고, LAMY 만년필에는 몽블랑의 Toffee Brown 잉크가 채워져 있습니다. 잘 다듬어진 연필은 체코공화국에서 넘어온 코이누아란 제품입니다. 이런 것들은 정말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윤광준 작가는 심미안 수업에서 [취향이 단단해질수록 삶은 구체성을 띤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작가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분야에서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법을 설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즐기고 채워나가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은 내가 나에게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나의 삶에게 투자를 하는 셈인 거죠. 투자가 대박나기를 희망하면서요.



[02.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

동네에 '봉빵갸또'라는 빵집이 새로 생겼습니다. 금, 토, 일 이렇게 일주일에 3일만 문을 여는 동네 빵집입니다. 이 집에서 구운 바게뜨를 사기 위해 저는 토요일 아침마다 가게 앞에 줄을 섭니다. 이 집에서 프랑스산 밀가루로 만든 바게트를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빵이 구워 나온 지 30분 이내에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바게트에서는 프랑스 하층민의 삶의 애환의 맛이 느껴지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찾아가도 똑같은 맛을 내어 주는 파리바케트에서는 바게트를 절대 사지 않게 되었습니다.


윤광준 작가는 책에서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취향은 어떤 것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것 사이의 차이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된다]라고 말하면서요. 저는 빵집에 가는 토요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빵집 앞에 줄 서서 기다리면서도 행복합니다. 딱 시간에 맞춰서 최고의 맛을 내는 빵을 구매하는 것이 일주일을 고생한 나를 온전히 대접하는 의식과 같은 것임을 압니다. 행복은 나 스스로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 보상할 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03. 인생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어야 정말 좋은 것 /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회·문화적으로 참 메말랐던 2020년 한해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었지만,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 쉬웠던 한해였습니다. 그나마 2020년 12월에 창고에서 찾아낸 오래된 턴테이블로 잠시 외로움을 다스리고 문화적 갈증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기기가 바로 독일산 Dual 731q 턴테이블입니다.


윤광준 작가는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오래간다. 감동의 정체를 알게되면 '예술에 대한 욕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인생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어야 정말 좋은 것 /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라고도 말합니다.


창고에서 턴테이블을 꺼내온 이후로 내 방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폴 토르틀리의 바하 무반주 첼로 연주곡을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LAMY 펜으로 몰스킨 까이에 XL 노트에 글쓰기 수업을 위한 글을 씁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낡은 소리에 집중하며 글을 쓰는 순간은 온전한 나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데 나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시간과 노력이 모여 예술이 됩니다. 그것만큼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또 없을 것같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아도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똑같은 세상에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는 일이 작가 유광준이 말하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일단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의 공간을 채워나가 보세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본인에게 온전한 시간을 주어보세요. 자신에게 집중하여 자신만의 시간에 자신이 만들어낸 것은 온전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삶의 예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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