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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un 26. 2021

고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서평]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2018, 2019년 우리 사회에서는 수면 아래에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운동이 대유행이었다. 많은 디자이너와 행동가들이 개인적으로 프레셔스 플라스틱 운동에 동참하였고, 드디어 2020년 서울환경연합에서 '플라스틱 방앗간'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https://ppseoul.com/main).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재활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시민운동의 세계적 브랜드다. 특이한 것은 2012년 데이비드 헤켄스라는 디자인 학생의 졸업작품에서 시작한 활동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게 하여 소규모로도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치약짜개

작년과 올해 코로나 이슈와 함께 뉴스 꼭지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 이슈가 항상 따라다녔다. 인간이 소비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고 있고, 우리가 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는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비건식단을 실철하고, 분리배출도 열심히, 공공교통도 꾸준히 이용한다.


이런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과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기업이 팔 걷어 붙이고 해야 하는 일은 아닐까? 라는 질문과 함께 경영학적 관점에서의 해결안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이다. 


그린워싱 

내가 개설한 디자인 수업 시간에 "쓰레기는 누구의 문제인가? 소비자인가, 수거업체인가, 지자체인가, 폐기물 처리 업체인가, 생산 기업인가?"라는 질문을 몇 년째 했다. 기업의 문제고 책임이라는 답변이 매년 늘어난다. 기업과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해줬으면 하는 공통적 바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후 분리배출은 열심히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기업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내가 괜히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것 같다. 이제는 소비 자체를 줄여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죄책감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된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의 불안과 환경에 대한 절박한 심리를 너무나 잘 안다. 이런 절박함을 마케팅과 기업홍보에 활용하는데,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기업활동은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 캠페인성 활동을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활동을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주변에 꽤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매의 눈을 가지고 기업의 그린 워싱 활동을 살펴보자. 


현대자동차는 2020년에 자동차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 패션 프로젝트 (Re:Style)을 공개했다. 대표적인 그린 워싱(Green Washing)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이벤트 활동을 통해 환경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업사이클링 패션 중국 빠링·주링허우도 반했다 (https://young.hyundai.com/hyundai/news/detail.do?seq=7068)

그러나 2020년 현대자동차 지속가능보고서(https://www.hyundai.com/content/dam/hyundai/ww/en/images/company/sustainability/about-sustainability/hmc-2020-sustainability-report-kr.pdf)를 보면 자원 재순환과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에 관해서는 아주 작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 125페이지 분량 중에 1/4 페이지 분량)

2020 현대자동차 지속가능보고서 중 폐자원 순환에 관한 내용

현대자동차같은 대기업이라면 캠페인성 친환경 홍보활동과 함께 적어도 '현재 기업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소재 중 재활용 플라스틱(소재)의 비율이 현재 몇 %이고, 향후 몇 %까지 끌어올리겠다.' 정도의 선언은 해야하지 않을까싶다. 


이런 기업의 이중적 행보를 보며 청년세대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신세대의 그런 심정이 아마도 위에서 말한 수업 내 설문조사 결과에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기업의 친환경 행보가 그린 워싱에 머물지 않고, 전사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 저자는 CSO(Chief Sustainable Officer /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를 임명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활동에 친환경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 싶었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기업의 변화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소비자의 힘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하여 소비자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서울환경연합에 정기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 환경연합 홈페이지 (http://ecoseoul.or.kr/) 

매달 정기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것이 전부지만, 지금까지 너무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던 것에서 벗어나 조그마한 시민 참여 행동을 하고 싶었다. 플라스틱 페트병 인증 챌린지도 인스타그램으로 참여했으나, 지속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다. 의도는 좋았다. 매일 내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으로 인증하는 작은 행동이었고, 나중에는 그 플라스틱 성분에 대해 알아보는 챌린지 행사였다. 그러나 나는 플라스틱 종류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탈락하였고, 나의 플라스틱 사랑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환경 연합에서는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플라스틱 과대포장으로 소비자에게 쓰레기 처리 문제를 떠넘기는 해태제과, 롯데제과에 '플라스틱 어택'이라는 플라스틱 기습공격 시민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라는 유튜브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GzSQd5pG0qI)도 운영한다.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소비자는 자신의 돈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쓰레기 분리배출과 같은 작은 수동적 실천에 만족하지 말고,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 방법도 모색해볼 만하다. 물론 나처럼 게으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친환경 관련 뉴스레터를 통하여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 새로운 브랜드와 그 기업의 노력을 아는 것도 친환경 참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딩

기업 이미지를 친환경 기업으로 브랜딩하기 위해서는 캠페인성 이벤트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기업의 진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이 책은 5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이 기준을 가지고 보면, 우리 기업이 그린워싱 기업인지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상품성: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가?

2) 수요성: 많이 팔리는 재활용 제품을 개발하는가?

3) 전반성: 제품 디자인, 설계, 개발, 생산, 포장, 유통 등 기업 활동 전반에 재사용, 재활용 개념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가?

4) 과정성: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가?

5) 자급성: 재활용 플라스틱을 국내에서 스스로 공급하는가?


파타고니아는 소재 재활용 기업의 대표주자로, 프라이탁은 업싸이클 기업의 대표주자로 항상 등장한다. 그 외에도 나이키의 플라이니트, 아디다스의 팔리운동화와 함께 우리에게 생소한 걸프렌드 콜렉티브, 아일린 피셔, 퓨어싸이클 등이 모범적인 기업 브랜드로 등장한다. 

아일린 피셔 (미국 여성 의류 기업)


코로나와 코로나 백신을 겪으면서 나는 확신한다. 이렇게 지구가 파괴되고 있어도 인류는 절대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오히려 기술의 혁신을 통하여 지구의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즉, 기술이 가져온 파괴를 기술로 극복하려 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백신 개발처럼 기술을 이용해서 처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기업의 이름을 몇 개 알고, 이 기업의 노력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하지만, 이런 기업 한두개의 이름을 기억하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미래 우리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업싸이클링을 비롯하여 자원 재활용은 기술의 문제이자 디자인의 문제이고 마케팅의 문제이다. 소비자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그동안 착하고 순한 소비자가 짊어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나부터라도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행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런 글을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일 것이다. 꾸준히 관련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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