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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ul 11. 2021

익숙함으로 탈출

[서평]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24세 여성 작가가 쓴 프랑스식 연애 소설이다. 30대 후반의 여성과 그 주변 남성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랑 사건을 다룬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읽었지만, 일과 삶 님의 서평(낯선 경험으로의 초대 https://brunch.co.kr/@worknlife/743)을 읽은 후에 내 삶의 큰 부분과 연결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인공 폴, Goodbye Again (1961) | Drama, Romance | Ingrid Bergman, Yves Montand (Youtube 캡춰)

이 소설이 나의 삶과 연결되었다고 느낀 부분은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인생의 전환기에 익숙한 것에 대해 거북하지만 안주하고 싶은 감성과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렵지만 희망 어린 감성을 교차적으로 잘 표현한 부분이다. 

익숙한 인생의 모습의 대변자, 로제

로제는 오래된 익숙한 폴의 주변 인물로 등장한다. 폴의 주변에 머물면서 폴과의 심리적인 안정을 꿈꾸지만, 자유연애 주의자이고 관계에서 거짓과 배신을 지속적해서 반복하는 인물이다. 30대 후반의 폴은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다고 자부하기에 로제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북하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이어나간다. 로제가 어떤 거짓 행동을 하던 자신을 위안하며 치욕감과 익숙함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만들어나간다.


이런 폴에게 24살의 젊은 시몽이 등장한다. 시몽은 젊고 아름답고 순수한 존재다. 가능성이 컸고, 폴에게 전념하고 진심으로 배려하고 폴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행복할 것 같은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39세의 폴은 24세의 시몽과의 관계를 끝내고 익숙한 로제에게 돌아간다.  

낯설고 새로운 인생의 모습 대변자, 시몽

작가는 익숙한 거북함과 불편함으로의 회귀로 결말을 내는 데, 과연 24살의 프랑수아즈 사강이 39세의 폴을 통해서 하고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독서토론회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여성분이 폴은 시몽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지만,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30대에서 40대의 전환기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무력감과 고독감을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와서 보면 인생에서 2~30대에는 후회할 일이 참 많다.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곳으로의 초대에 응하지 않아, 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3~40대가 되면 일상과 거북한 동거를 용인하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 인생이 주는 치욕감과 배신감을 받아들이고, 굴욕감을 느끼는 순간에도 가족을 위한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살아가는 순간이 온다. 


작가는 그 지점을 파고든 것은 아닐까?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숙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3~40대 폴의 인생이 20대의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모습이었으리라. 


20대의 시몽은 묻는다. "모든 것에 대해 그렇게 전반적으로 무관심해진 게 언제부터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말한다. 40대의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할 의무를 소홀이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라고


이제 40대의 폴이 대답할 차례다. 


익숙하지만 거북한 인생으로 숨을 것인지


아니면 익숙함에서 탈출할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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