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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ul 31. 2021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서평]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애매한 재능, 생각의 기쁨

최근 내 일상에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밀리의 서재와 관련이 있었네요.


밀리의 서재는 온라인 책방 서비스인데, 이 전에 가입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다가 새로 구매한 태블릿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설치된 것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은 꼭 종이책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지만, 의외로 태블릿으로 읽는 책 느낌도 나쁘지 않네요.


그래서 그런지 밀리의 서재에서 추천한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애매한 재능" 그리고 "생각의 기쁨"등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최근 보름간 읽은 책치고는 많은 양이었습니다.  밀리의 추천과 더불어 태블릿의 큰 글씨로 쉽게 완독이 가능했습니다. 아마 종이책이었으면 이렇게나 빨리 읽을 수 있었으려나 싶을 정도의 속도였습니다.



최근의 도서목록을 보니 "생각"에 관한 책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 책들은 한결같이 인생 너무 열심히 살지(일하지) 말고, 적당히 즐기라 말합니다. 뇌 전문가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말을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할 시간도 빠듯한 데 어떻게 놀지?" 합니다.


생각하는 뇌는 기억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모기 게이치로'는 뇌과학자로 주장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기능이 있고, 이 기능은 뇌가 쉴 때 기억을 연결하여 잘 정리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즉, 기억력과 창의력은 이 디폴트모드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뇌가 의식적으로 일하고 있는 인지 모드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불필요한 정보나 생각은 억제하고 결정에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수용한다고 말합니다. 즉,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좋은 생각, 창의적인 생각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뇌를 쉬게 해주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야, 뇌가 기억을 잘 정리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된다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50대의 뇌에 새로운 세상의 정보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래 여행이야! 여행을 가야 해! 이 나이에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공부만 생각하지 말고 놀아야 해!"


이런 결심과 함께 새벽에 잠에서 깨자마자 간단하게 수영복 도구를 챙기고, 서해 천리포 수목원으로 향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은  동료의 추천도 있었지만, 동해안으로 가는 고속도로 길은 너무 ~~ 지루했기 때문에 이 번에는 서해안으로 가보고 싶었죠.




역시나 바닷가 여행은 좋네요. 파도소리가 좋고 여름 바닷바람도 시원합니다. 이것이 디폴트모드의 활성화 순간입니다.

우연히 들른 어은돌 해수욕장의 파도소리


주변에 놀기 좋아하는 친구를 둔 사람은 행운아입니다. 그래서 꼭 가까이하기 바랍니다. 놀면 디폴트 모드가 활성화되는 것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잘 노는 친구는 디폴트모드 활성화의 달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찬구에게 디폴트 모드로 적절히 전환하는 법을 배우면 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놀지 못하면 결국 뇌는 디폴트모드의 즐거움을 모릅니다. 그래서 뇌가 놀 수 있는 적당한 나 만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나는 여행을 선택했고, 이번 여행에서의 큰 수확은 "애매한 재능"의 수미 작가와 "생각의 기쁨"을 쓴 유병욱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수미 작가의 글은 애매하게도 위안이 됩니다. 문장에 따스함이 깃들어있습니다. 재치 있는 문장 하나가, 그리고 자기의 애매함을 스스럼없이 꺼내어 이야기하는 진솔함이 사람에게 이렇게도 큰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유병욱 작가님의 글에서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생각의 기쁨"에서는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모두가 벽이라 믿고 있는 어떤 것. 그 벽을 눕힐 수 있다면, 그것은 열리지 않던 다른 세상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생소한 것을 기존의 것과 연결 짓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용기에 관한 작가의 기본 근육(철학)을 말하는 문장입니다. 창의력이라는 것이 뇌에 정보를 단순히 많이 집어넣는 행위로만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뇌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보를 잘 비비고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정신이고, 에이 뭐~ 놀지 하는 결단입니다. 나는 오늘도 잘~ 놀아야겠어요.


호크니가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본 수목원 이미지를 꼴라주해보았다.


P.S. 천리포 수목원 추천해 드립니다. 수목원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고, 그리고 잘 꾸며진 정원을 거닐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기에 너무 많이 나무 풍경을 담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호크니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나무와 같은 큰 물체는 위 사진처럼 잘라서 보고 뇌에서 짜 맞춘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진기에 담기보다 더 많이 느끼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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