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님! 이렇게 찍는 게 맞을까요?"
"이 사진도 봐주세요"
"음. 나쁘지는 않네요. 그런데 사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거죠?"
"엥?"
지난주 일요일에는 두 시간 남짓 아내의 커피 학원에서 사진 강사님을 모시고 출장 촬영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용 멋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죠.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아내는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나 봅니다.
"이 곳은 자연채광이 좋은 곳이죠. 한 번 이곳에서 촬영해보세요. 재미있게 나올 거에요"
강사님은 학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기 좋은 스폿을 점찍어주는 일도 했습니다.
"비싼 카메라가 있어야 할까요? 조명은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앞서 이것저것 장비에 대한 질문이 앞섰습니다만,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카메라가 필요한 게 아니라 좋은 눈이 필요해요."라는 강사님의 멘트에 "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사진을 많이 보시고 빛을 보는 안목을 키우셔야 합니다. 그리고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라는 말에 정말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비싼 수강료가 너무나 아까워 거의 멘붕 직전까지 갔네요. 강사님이 찍으면 그 스폿에서 사진이 너무 이쁘게 나오는데, 우리가 찍으면 앵글과 구도가 너무 평범한 사진으로 변해버리는 마술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용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점에서도 카페에서도 카메라를 꺼내는 젊은 세대들을 보며 소리 없는 비웃음을 날리던 아내와 저는 강좌 내내 좌절감 아닌 좌절감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시간 축적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분야가 있습니다. 미술, 사진, 글쓰기와 같은 분야는 지식보다 감각과 감성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교과서를 보고 문제를 풀어서 해결할 수 없는 분야죠. 마냥 일상에서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장소불문하고 오랫동안 셔터를 누른 이들을 한두 번의 사진 강좌로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는 발상 자체가 역시 무리였습니다. 결국 우리에게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바로 다음 날 DRIFT라는 사진이 아름다운 매거진을 구매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도 많이 찾아보기로 약속했죠.
이후로는 주문하는 모든 메뉴를 최대한 많이 사진기에 담고 있습니다. "자연광을 안고 찍어야 한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재미있는 시선으로 촬영각도를 잡아라, 소품을 적절히 배치하라" 등의 조언을 적용하니 예전과는 다른 사진이 만들어지는 듯 합니다.
기술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기술의 그려내는 미래의 매력에 흠뻑 빠져 기술에만 집중적으로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었습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카메라 기술은 엄청나게 진화했습니다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는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더군요. 그 때도 아름다운 사진은 지금 봐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이 보지못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우리가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도 잠시 기술을 뒤로 하고 이제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아티스트웨이 1기'에 참여합니다. 나 안에 내재하여 있는 창의성을 발견하는 일에 도전한 것입니다.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며 내가 아티스트웨이를 가야 하는 지 비즈니스 웨이를 가야 하는 지 고민도 합니다만, 일단은 힘들어도 귀찮아도 열정을 가지고 지속해서 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르다고 판단했습니다.
12주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예전에 기술에 의존하는 (현혹되는) 그런 모습은 아닌 사람으로 다시 탄생해있기를 기원합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비록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모두 하는 게 즐거운 삶을 사는 비결이다."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