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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Aug 15. 2021

진정한 창의력 업그레이드

[서평]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케메론 지음


나는 천천히 숨을 쉬고 있다. 이런 것을 인식하면서 나는 매 순간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티스트웨이, p. 114)



나도 따라서 숨을 천천히 쉬어봅니다. 어젯밤에 하기로 한 일을 모두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아침 할 일은 참 많아 보였습니다. 요즘 수요일은 수업을 준비하는 날이고, 목요일은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라, 다른 학기에 비하여 비교적 여유로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나는 참 바쁘네요.


백수가 세상에서 제일 바쁘다고 했나요?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하고 싶은 일도 함께 늘어납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여행을 꼭 하기로 다짐하고는, 지난주 금요일에 '천리포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이전 브런치 글 참조: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전주 일요일에는 '사진 수업'을 듣고 새로이 사진 잡지도 구독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이전 브런치 글 참조: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기)


아티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아티스트웨이 1기'로 활동도 시작하고 (8월 4일 수요일), 매일 모닝 페이지를 작성합니다. 내글빛 활동에서도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작성하여 SNS에 올려야 합니다. 동료 문우들의 글도 읽으며 '좋아요'와 '댓글 달기'도 병행해야 합니다.


분명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창의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하여 시작한 일이었는 데,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일상에 숙제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월요일 모닝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하지 말고, 큰 목표를 가지고 행동해야겠다고 다짐까지 했네요. 요즘 주어진 '시간의 여유'라는 선물을 새로운 일로 가득 채우는 것이 과연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진지한 고민이 됩니다.


이번 주에 창의성 증진을 위하여 내가 실행했던 일 세 가지를 적어봅니다.


첫째는 "아티스트 웨이" 책 정독이었습니다. 물론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반 정도 읽으니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Week 1과 Week 2 챕터에서는 밑줄을 치고 필사를 하며, 감탄하고 모닝 페이지에 내 생각을 명상하듯이 기록할 수 있었죠. 이 명상과도 같았던 기록 작업은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일, 해야만 했던 일이고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를 인정하고 관찰하는 신비한 체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DOMESTIKA에서 구매한 인터넷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는 일이었습니다. DOMESTIKA는 주로 아티스트들의 작업물과 그 제작과정을 그들의 언어(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제목을 보면 흥미로운 강의가 참 많아서, 최근에 4개의 강좌를 동시에 등록했습니다. 한 강좌가 여러 개의 짧은 동영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강좌의 총 길이는 2~3시간 정도 되어 쉽게 다른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막상 스페인어로 말하는 강사의 강의를 영어 자막으로 들으려 하니, 한 세부 꼭지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생각보다 꽤 많이 필요했네요.


이런 부류의 강좌를 들으면 즉각적인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듯하였지만, 내면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진정한 도움이 될까? 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강좌에서 들은 내용을 내면의 질문과 고민 없이 바로 인정하는 잘못된 습관으로 이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되기도 했습니다.


셋째는 수요일 오전에 문화센터에서 수강하는 아크릴화 수업에 참여한 일화입니다. 7월 초부터 참여하는 수업으로 일주일에 하루 2~3시간 동안 아크릴화 색채 표현 기법을 배우는 강좌입니다. 아크릴화 수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매주 토요일에 나만의 방식으로 명작을 모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이 없으나 내가 보는 방식대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방법으로 내가 좋아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무엇인가를 새로이 배운다는 것은 내면에 업그레이드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주 수요일에 경험한 작은 사건은 외부로부터의 배움과 내면의 창의성 증진 사이의 관계에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강좌의 선생님은 한 땀씩 직접 학생들의 그림 앞에서 본인이 시범을 보여주는 스타일의 선생님입니다. 이번 주에는 수풀의 표현 방식을 직접 보여주고, 연습해보라 하십니다. 나도 열심히 그대로 따라 해봅니다. 선생님이 그려준 수풀은 풍성하고 입체적이었지만, 내가 따라 그려본 수풀은 평면적이고 전혀 수풀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뿔싸~ 지금 나는 선생님은 시범을 보이고 제자는 따라 하면서 자신을 자책하는 우리나라 미술 교육의 전형을 경험하고 만 것입니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신 수풀의 표현 방식


내가 따라서 그려 본 수풀의 모양


이 수업을 수강하기 전에도 나는 내 방식으로 수풀을 표현해왔고, 나름 멋지게 그려왔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만들어 낸 수풀은 한 수 위인 표현 방식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를 교육하는 방식이 표현 원리를 이해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따라 해 보세요!"라고 하는 방식은 나에게 결코 맞는 교육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며, 아마 그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창의성 증진 교육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터득했던 나만의 수풀 표현 방식


이를 계기로 내가 문화센터 강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대략 두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큰 그림으로 밑그림을 덩어리로 보는 법, 둘째는 빛과 그림자를 위한 색상 조화법. 이 두 가지는 내 것으로 배워서 소화한다면 나의 그림 그리기 생활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에 한 땀씩 그림을 그리는 표현 방식은 '아직'은 모르겠다 입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미래의 나라면 수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나의 창의성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교육방식이라 판단하고 적절히 수용하려고 합니다.


아티스트는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보는 사람이고, 이 방식은 처음에는 서툴게 보이지만 결국 유니크한 방식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이 방식을 서툴게 보인다고 하여, 그 방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세상에 옳은 방식은 없고 유니크한 방식만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시대에는 선생님의 방식이 있었을 뿐이고, 나의 시대에는 나만의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창의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하여 외부의 힘을 빌리는 시간과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간에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주는 창의성 업그레이드를 위하여 외부의 힘을 많이 빌려 내부적으로 시간 압박이 심했던 한 주였던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창의력은 외부로 부터 빌려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뼈져리게 느낀 한 주였다고 봅니다. 아티스트 웨이 저자도 이렇게 말을 하고 있더군요.


우리는 자신의 사고와 느낌을 제대로 소화하기보다는, 자신의 재료로 직접 요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다.
(아티스트웨이, p. 163)


지금까지 나의 태도를 반성합니다. 창의성은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주부터는 외부의 힘을 빌리고, 외부로부터 자극받는 시간을 제한하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숨을 쉬면서 내부 역량의 강화와 질문의 시간을 늘리려 합니다. 그리고 당분간 이런 방식이 진정한 창의력 업그레이드 방식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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