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아직도 '인공감성과 행복'에 관한 연구 진행을 어려워한다. 이 분야는 기술적인 이해와 함께 다양한 상상력, 감성, 혹은 센스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최근 연구 진행과 작업 진행 조율에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미 일상에 너무 깊숙이 침투해 있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지만, 아직 '행복'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시도는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 우리 연구소는 인간의 '행복'을 '인공감성'을 통하여 생성하고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많은 투자금이 있었지만, '행복'의 개념이 사람마다 너무도 다르다는 최근의 연구 사실때문에 우리 연구소의 개발 일정이 지나치게 정체된 것도 사실이다. 3년 전에 '인간이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 - 3초의 감성 기억을 저장하는 데 성공했을 때만 해도 프로젝트 성공에 자신감이 넘쳐났었지만 인간의 행복을 파고들면 들수록, 그 신비롭고 방대한 세계에 커다란 연구의 벽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에도 결국 필요한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연구가 아닌, 삶에 대한 진실한 깨우침과 성찰이 아닌가 싶어 팀원 모두 함께 하는 해외 워크숍을 기획했다.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연구원들을 격려도 할 겸, 그동안의 열정적인 연구로 지친 몸과 머리를 식힐겸,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에 대한 상호이해를 높일 겸 해외로 단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단, 휴양지에서의 편한 쉼과 먹거리가 있는 워크숍이 아닌 오지 체험으로 기획했다.
인공지능이 전혀 없는 곳에서 '인간으로서의 결정적 자아 성찰'의 순간을 단체로 경험해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내린 독단적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면담을 통해서 팀원에게 이번 워크숍은 워크숍을 빙자한 '인간다움'을 연구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꼭 함께 가자고 설득해 볼 요량이다. 우리는 인간의 지능과 감성을 연구해서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이지만, 그렇다고 인간다움이 없는 기술을 개발하여 판매하기는 너무 싫다.
이번 여행의 경로는 제법 재미있게 짜진 듯하다. 물론 나와 팀원의 최근 일주일간 피지컬과 심리 상태를 모니터링해서 인공지능이 계산해 낸 최적의 경로이지만, 기술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 과연 우리 팀원 5명이 무엇을 보고 어떤 체험을 하게 될 지 벌써 기대된다.
저녁 모임에는 아들 내외가 식사에 함께하기로 했다. 집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손수 설계하여 지었다. 한적한 곳에 집을 지은 이후로 집수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자연과 하나 되는 집이 최초 설계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지금은 실험 중이라 수풀도 깍지않아 지저분하지만 10년쯤 지난 자연과 평형을 이루며 살아남은 집의 모습이 은근히 더 근사해질 것 같다.
Plantable Meat by Cecilia Tham @future_synthesist
저녁 식사를 위해서 얼른 재료를 준비한다. 오늘은 Tomeato라고 토마토 줄기에서 배양한 고기 반 토마토 반인 과일이다. 잘 익은 놈 3~4개를 따서 배를 갈라 잘 구우면 고기 맛도 나고 토마토 맛도 나는 신기한 녀석이다. 이 토미토를 잘 키우는 데는 나름으로 열심히 연구가 필요하다. 적당한 시점에는 수분을 적게 주어야 육즙과 식감을 딱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