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내가 ¹치킨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몸에 안 좋다고 절대 먹으면 안 될 음식처럼 이야기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문자가 왔다. 생각난 김에 최근 본가에 있으면서 겪었던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몇 개 적어본다.
1.엄마는 물 줄 때 먹기 편하게 컵에 주면 될 텐데, 집에서 지름이 가장 큰 대접에 준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2.항상 미지근하거나 뜨거운 물을 주시는데 찬물 달라고 하면 마치 독극물인 것 마냥 몸에 안 좋다고 하신다. 찬물이 몸에 안 좋으면 뭘 먹고살 수 있을까...
3.아버지께서 아침마다 마를 갈아서 주시는데 (지름이 제일 큰 대접에) 하루는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안 마셨는데 엄마가 몸에 좋다고 얼른 마시라고 나무랐다. 끝내 안 먹었는데 문밖에서 엄마, 아빠 대화가 들렸다.
아버지께서 "그럼 당신이 좀 먹을래?”라고 물어보셨는데 엄마가 버럭 화내며 “안문다. 맛없는 거.”라고 하셨다. 분명히 들었다.
4.어쩔 때는 잘 밤에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하고, 어쩔 때는 한 숟가락만 더 먹으라고 하신다. 엄마가 귀찮을 때는 몸에 안 좋은 거고, 아닐 때는 몸에 좋은 게 틀림없다.
5.오늘 엄청 혼났다.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다고 엄청 혼났다.
6.집에 초코파이가 있길래 하나 먹을랬더니 엄마가 그거 몸에 제일 안 좋다고 거기 뒤에 쓰여있는 그 성분이 몸에 진짜 안 좋은 거라고 하셨다. 마치 독이 든 파이인 것 마냥 이야기하신다. 어디서 들었냐고 여쭈니 유튜브에서 봤다면서 검은 봉지에서 뭐 하나 꺼내서 드시는데 원산지도 성분도 알 수 없는 사카린이 듬뿍 묻어있는 불량 식품이었다.
7.하루는 엄마가 택시비가 아깝다고 약속 장소까지 나보고 좀 태워달라고 했다. "엄마, 택시비보다 아들 몸값이 더 비싸요."라고 했는데 엄마를 태워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알았다. 가장 비싼 건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란 걸.
주석
¹어머니는 짜장면을 싫다고 하셨다는 노래가 있는데 우리 어머니는 교촌치킨 닭날개를 좋아하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아버지는 닭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