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요리사, 짜파게티를 끓여 먹었다. 짜파게티를 끓이는데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한 친구가 나보고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다.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다고 하니 조만간 자기가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내 기준 조만간이 최소 3번은 넘게 지났을 조만간, 그 조만간이 언제일지 예측할 수 없어서, 어느 날 점심 김치볶음밥을 사 먹었다.
내가 점심때 김치볶음밥을 사 먹은 걸 알고, 자기가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사 먹었다고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화를 낸 건지, 삐진 건지, 섭섭해한 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언제일지 모르는 그 조만간을 대비해 나는 앞으로 김치볶음밥을 먹지 말아야 할 것만 같았다.
¹밥을 해준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차려주는 밥을 먹기 위해서 내가 그 사람 집에 가야 하거나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와야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밥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²조만간 만들어준다던 김치볶음밥을 결국 먹지 못하고 그 친구와는 연락이 끊어지게 되었다. 조만간이라는 단어는 한낱 기약 없는 날일 뿐인 것이었다.
그렇게 연락이 끊기기 전에 그 친구가 나에게 짜파게티 잘 끓이는 비법을 가르쳐줬었다. 그 친구가 말하길 짜파게티를 잘 끓이는 비법의 8할은 물 조절이라고 했다. 그럼 물 조절은 어떻게 하느냐, 면을 익힌 후 물을 버려야 하는데 이렇게 물을 버려도 되나 싶을 때, 물을 한번 더 버리라는 것이었다. 조만간 자기가 맛있게 한번 끓여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짜파게티도 김치볶음밥도 어떤 음식도 먹지 못했다.
그 친구의 이 이야기 때문에 짜파게티 끓일 때마다 물을 이렇게 버려도 되나 싶을 때 꼭 한 모금씩 더 버린다.
오늘 분명 물 조절을 잘해서 맛있는 짜파게티를 먹었는데 왠지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 친구에게 듣지 못했던 나머지 2할 때문일까?
혹시 그 2할의 비법 아시는 분?
주석
¹ #3화_밥 참고
² 꼭 지키고 싶은 약속엔 조만간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