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입는 방법이 꽤 극적으로 변한 편이다. 어렸을 때 옷을 입으면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실수는 다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패션으로 나를 드러내기 위해 옷을 입었다면, 지금은 패션으로 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옷을 입는다. 그런 면에서 패션을 즐기는 방법이 이전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끔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가지는 룩을 연출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대부분은 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선택한다.그래서 요즘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 스티브 잡스가, 마크 주카버그가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서 나도 그렇게 하는 건 아닌데,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이유는 그들과 같다. 다른 건 나는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그들은 아니라는 것, 그들은 부와 명예가 있고 난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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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나에겐 사명감이 있다.
패션업에 사명을 가지고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TPO를 지켜야할 의무와 TPO를 깨부셔야 할 의무가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 둘 중에 하나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둘 중 무얼 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나는 사명감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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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옷 좀 입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 ¹꾸안꾸라고 한다. 그런 그들의 패션 사조를 가소롭게 생각한다. 그들이 꾸안꾸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때 나는 ²꾸안을 추구한다.파리지앵들을 보라. 그들이 과연 꾸안꾸일까 꾸안일까. 단언컨대 그들은 꾸안이다. 오랜 생활양식에서 비롯된 꾸안, 거기서 베어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지금 그들의 멋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파리에 안 가봤다. 영화에서 봤다. 나는 그 영화감독을 믿는다. 그 영화의 배우들을 믿고 의상감독을 믿고 영화 배급사를 믿는다. 나는 한번 믿으면 완전히 믿는 스타일이다.어쨌든 “꾸안꾸”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꾸안”이란 것을 안다. 그 정도 거시적 안목이 나에겐 있다. 나도 파리지앵과 같은 꾸안을 추구한다. 그런데 나의 꾸안을 사람들도 꾸미지 않았다는 것을 단번에 안다. 이게 맹점이다. 나는 요즘 “좀 꾸미고 다녀라.”란 이야길 가장 많이 듣는다.좀 꾸미고 다니란 말에 대응하기 위해 ³니트로 짜서 후드를 만들었다. 꾸안룩을 추구하는 나에게 후드는 대표적인 꾸안 아이템이지만 이번엔 니트로 만들어서 꾸미지 않음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멋이 깃들도록 디자인했다. 파리지앵처럼 정말 무심하게 걸쳐보시라. 꾸미지 않았음에도 풍겨나오는 뭔가가 있으리라.
주석
¹ 꾸미지 않은 듯 꾸민 룩
² 꾸미지 않은 룩
³ https://bit.ly/3sTvSJi#에세이 #김양국에세이 #꾸안꾸와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