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akes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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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혼자 밥 먹을 때마다 울컥한다.



어릴 적 엄마가 소풍 갈 때 싸준 김밥이 문득 생각났다.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면 식탁에 붙어 앉아 하나씩 집어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화려하지 않아도 엄마가 싸준 김밥이 그 어떤 김밥보다 맛있었다. 그 김밥을 언제 다시 한번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괜히 뭉클해졌다. 그 길로 전활 걸어 엄마가 싸준 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당장이라도 부산 오면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다.



지난 명절에 지어주신 밥을 먹은 게 마지막인데, 못난 아들은 아마도 다음 명절이 되어서야 엄마가 지어주신 밥을 먹을 수 있겠지.



다시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집밥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집에 오자마자 밥을 찾았다. 늦은 밤 내려온 터라 차마 김밥을 해달라고 하진 못했고, 그래도 엄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먹고 싶었다.



엄마는 잘 밤에 먹는 밥은 몸에 해롭다고 하셨다. 꽤 신선한 주장이었다. 그리고 비교적 수월해 보이는 라면을 끓이기 시작하셨다. 이 라면이 그렇게 몸에 좋다면서, 밀가루로 만든 게 아니라면서, 그렇게 생색내시면서 황급히 라면봉지를 버리시는데 농심 감자라면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끓여준 라면은 맛있었다.

이제 마트에 진열된 감자면을 보면 라면 봉지를 황급히 버리시던 엄마가 생각난다.

가끔 감자면을 사 먹으면서 느끼는 건데, 감자라면도 ¹메뉴 개발의 필요하다. 라면 회사들은 건강하게 더 많은 종류의 감자라면을 즐길 수 있게 해 달라.



혼자 독립해서 산지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누군가 날 위해 밥을 해준다는 것이 항상 큰 의미로 다가오더라.

김춘수 님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고,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면, 나는 나에게 밥을 차려주기 전에는 나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진 않지만, 나에게 밥을 차려준다면 난 그 사람의 꽃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퇴근 후 나는 혼자 스스로 밥을 차려먹고 오늘도 내가 나의 꽃이 ²된다능.



주석

¹ 이를테면 오징어감자짬뽕, 감자파게티, 감자구리

² ’된다는’의 귀여운 시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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