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절제하는 삶을 살고 있다. 거의 내 삶은 수도승이요. 수능을 앞둔 고3이요. 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와 같다. 그런 나도 가끔 취하고 싶을 때가 있ㄷr. 오늘이 그런날이ㄷr. 그래 난 ㄱr끔 눈물을 흘린ㄷr.
사실 난 술보다 분위기에 더 잘 취하는데, 그 분위기라는 것에는 음악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난 음악이 있는 곳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럼에도 취하지는 않는다.(단호)
감성이 거의 냉동인간이요. 터미네이터요. 헤어져 마음이 돌아선 여자친구다. 친구들은 오늘날 취하게 하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그들은 몸도 마음도 딱딱한 내가 취해서 말랑말랑 해지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내가 취하는걸 쉬이 허락하지 않는ㄷr. 나는 태어나서 여태껏 한번덬 취해번죠기 없썽ㅇㅋㅌㄴ.
아, 잘 잤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역시 취하지는 않았다.
한 병 마셨을 때는 분명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병째 마실 때는 좀 많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병째부터는 계속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 부족하게 마셨으니 절대 취했을 리 없다. 난 아직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유지한다.
위스키를 샀다.
난 원래 위스키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 난 '소주'파다.
지인들 중 BAR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가끔 위스키 베이스의 칵테일을 마시는 게 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위스키의 맛을 조금 알아채기 시작했다. 이제야 알아채다니, 난 좀 늦게 알아채는 스타일이다.
칵테일에서 어느 순간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한잔씩 먹기 시작하다가 오늘 결국 위스키를 집으로 들이게 되었다.
처음 위스키를 마셔본 건 고등학교 때다. 친구들 몇 명이서 비진도로 캠핑을 갔었다. 우리는 그때 각자 집에서 양주를 보이는 데로 가져오기로 했었다. 아마도 시바스리갈, 발렌타인, 헤네시 이런 것들이었던 것 같다. ¹ 몇 개는 마트에서 사긴 했지만 각자 아버지의 술을 훔쳐왔었다.
그런데 캠핑이라면 삼겹살 아니겠나.
우리는 위스키를 삼겹살과 페어링 했다.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난 그다음 날 태어나 가장 힘든 날 중 하루를 보냈다. 분명 캠핑은 2박 3일이었는데 내 기억엔 1박 2일로 남아있다. 증발한 하루는 술 먹고 쟤처럼 되지 말아야지 할 때 딱 “쟤”의 꼴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뒤 삼겹살을 다시 먹는데 3년이 걸렸고, 위스키 맛을 알게 되는데 20년이 걸리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무거운 옷을 입는 것이 힘들어 ²캐시미어 니트를 고집할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위스키 맛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으로 위스키를 마실 나이에도 늘 소주를 마셨으니 술값으로 꽤 많은 비용을 절약한 셈이다.
그때 아버지의 술을 몰래 빼돌린 것이, 술 먹고 쟤처럼 되지 말아야지 할 때의 ‘쟤’가 되었던 것이 어쩌면 인생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술 값은 ³아꼈으니께.
그래 어쩌면 좋은 선택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 선택을 좋게 만들어가는 인생만 있을 뿐. 그러니 지금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했어도 그 선택에 후회 마시라.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게끔 인생을 만들어가시라. 그게 어쩌면 좋은 인생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여전히 나는 '⁴위알못'이지만, 오늘 왠지 위스키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밤이ㄷr.
주석
¹ 캡틴큐임이 틀림없다.
² 머브클로딩 제품
³ ’아꼈으니까’보다 더 아낀 것 같은 표현
⁴ 위스키 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