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The Body> by Bill Bryson
도서관 앱인 리비(Libby)를 통해 대출 예약 신청했던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를 장장 4개월 만에 내 차례가 돌아와 오디오북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미국 아이오와주 드모이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 저술가이다.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의 저자로 같은 책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인 걸로 안다.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역시 초판 되고 나서 <바디:우리 몸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올해 1월 번역, 출판되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여행기를 썼던 전문 저술가가 차기 출판 프로젝으로 방대한 해부학 분야를 선택하여 파고들었기에 생물학자나 의사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소설가 김영하가 약간 옆길로 새서 소설이 아닌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쓰는 건 이해가 되지만, 만약 그가 해부학 안내서를 썼다고 상상해보자. 일단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 같다. 더불어 "뭘 얼마나 안다고?" 이런 의문도 들 수 있겠다.
이 책의 부제는 특이하게도 <A Guide for Occupants>다. 영어에서 'occupant'는 뭔가를 일정기간 점유하거나 점거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래서 아파트 101동 1001호 거주자들도, 강당 수용인원 300명도, 비행기 탑승객 200명도 영어로는 모두 occupants다. 사람은 영원토록 몸을 간직하는 게 아니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내 몸을 유지하고 산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저자의 출발점이었던 거 같다.
2016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해부학을 수강할 기회가 있었기에 인체에 가장 중요한 동맥과 정맥이 무엇이고, 출산 시 분비되는 호르몬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앎의 욕구보다, 나와 같은 일반인이 우리 몸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는지 그게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다. 과학자의 경우, 임상 경험 결과 2% 차이를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그 수치는 매우 미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콜라겐 섭취 10주 후 피부의 탄력성이 증가한 사람이 콜라겐을 섭취하지 않은 그룹보다 2% 정도 더 많다는 임상경험을 토대로 콜라겐 섭취가 피부에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수치는 결론을 뒷받침하지만, 실제적으로 그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인지 그건 알 수 없다. 또한 어떤 사람은 콜라겐 섭취한 사람보다 피부가 더 탱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피하는 것들이 있는데, 사실 이런 것들을 안 해도 평균수명이 5,6년 길어지는 정도라고 한다.
진시황제는 불로 장생하기 위한 비법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쉰이 되기도 전에 죽었다. 인간은 늙고, 병들고, 언젠가는 죽는다. 따라서 과학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이슨은 불치병을 완치하는 약이 발명되고, 장수하는 방법을 실천한다 하더라도 평균 수명을 10년, 20년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