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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Nov 01. 2021

전직대통령의 목소리로 듣는 회고록 Part Two

[북리뷰] <A Promised Land> by Barack Obama


드디어 29시간 녹음 분량의 책을 다 읽고 Part Two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정말 길어도 너무 길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 읽은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이 이 책과 같다면 다른 전직 대통령의 책도 읽어볼 요량이 생겼다. 책의 마지막 챕터를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700 페이지 남짓으로도 자신의 두 번째 임기까지 커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내후년쯤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회고하는 두 번째 자서전을 낸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거 같다.


오바마가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맥케인을 누르고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던 시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이 맞는 최대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때였다. 월스트릿 발 Recession을 타개하기 위해 2009년 1월 그의 취임 후 첫 백일은 총체적 경제적 난국으로부터 헤어 나오기 위한 법안인 The American Recovery Act를 통과시키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과 부지런히 협상을 해야 했다.


그와 동시에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요청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했다. 그의 전임인 부시 대통령은 퇴임 전 이라크 철수를 결정하였지만, 아프간 철수의 여부는 후임 대통령에게 그 결정권을 넘겨줬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은 아프간 추가 파병에 반대하였으나, 아프가니스탄 총선을 앞두고 치안의 부재와 알 카에다의 세력이 꺾이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이 참모총장이었던 마이크 멀렌으로 하여금 추가 파병의 당위성을 주장하게 하였다. 공교롭게도 2009년 2월 17일 The American Recovery Act에 서명하던 날,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추가 파병 또한 승인하였다.      


앞서 첫 번째 리뷰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후반부 역시 오바마의 인간적인 측면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모두 하바드 로스쿨 출신으로 둘 다 변호사이다. 둘이 처음 만난 곳도 같이 일하던 로펌이었다. 오바마는 이후 정치에 투신하여 일리노이 주 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이 되지만, 그의 부인인 미쉘은 여전히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의 가족이 전부 백악관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되자, 미쉘 오바마는 당시 일하던 병원 법률팀에서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는 그의 회고록에서 자신의 부인이 좋아하던 직업을 그만두고 자신을 따라 워싱턴에 와야 함에 대해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다. 혹자는 영부인이 되는데 그깟 직업 그만둔 게 뭐 대수인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미국의 영부인인 질 바이든은 백악관에 들어간 후에도 자신의 직업인 대학교수직을 그만두지 않았다. 남편이 대통령이더라도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백안관 일층 West Wing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인 Oval Office가 주거 공간인 2층과 가까이 붙어 있어서 일하다가도 저녁시간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보통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식사 시간에 두 딸인 말리아와 샤샤의 학교 생활이나 친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때로는 저녁식사 이후 다시 집무실로 내려가서 마치지 못한 업무를 마쳐야 할 때도 있었지만, 집무실과 주거공간이 기본적으로 같은 곳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마련하는데 수월했다는 것이다. 상원과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하며 며칠, 몇 주 씩 집을 떠나 선거 활동을 할 당시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음을 상기하면 감사할 일이었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닐진 몰라도 오바마는 흡연자였다(과거형). 이 회고록에서도 백악관 생활 초기까지 하루에 5~7 개비씩 담배를 태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금연한 후에는 껌을 씹는 버릇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껌을 씹었다고 하는데, 어느 해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오바마가 참석했던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회 화면에서 의자에 앉아 껌을 씹던 오바마의 모습이 잡혔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가운데 그것도 초창기에 이룩한 의료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숙원이었다. 두 차례 대통령직을 연임하였던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도 마음만 있었을 뿐, 시도하지 못했었다. 이 회고록에 보면 우리에겐 오바마케어라고 알려진 The Affordable Care Act를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해리 리드가 공화당 의원들과 막후에서 벌이는 협상 과정은 마치 시즌 1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한 투표수를 확보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드라마와 현실을 착각해선 안되긴 하겠지만......


미국인의 55%가량은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나머지 35%가량은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주정부 의료제도인 메디케이드와 65세 이상 노령 인구에게 제공되는 연방정부 의료제도인 메디케어 혜택을 받고 있다. 결국 인구의 10%가량은 의료보험 없이 사는 셈인데, 오바마는 자동차 소유주라면 책임보험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처럼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이미 사보험사가 오랫동안 의료보험 시장을 선점하였던 관계로 한국과 같은 의료보험관리공단을 만들어 모든 국민을 국가 의료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게 할 순 없었다. 따라서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던 사람들은 그대로 두고,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제도도 건드리지 않고, 개별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사람들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국가가 보조금을 사보험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게 되었다.   


2001년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아 삼천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사망하였다.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부시는 9/11 사태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소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지만, 오바마가 취임할 때까지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2011년 CIA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위치한 은닉처에 숨어있는 빈 라덴의 행적을 찾아냈고, 넵튠의 창(Neptune Spear)이라는 코드명 아래 비밀 소탕작전을 펼쳐 빈 라덴을 살해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오바마는 그의 책에서  부분을 회고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하였다. 먼저,  라덴이 숨어있던 은닉처를 공격하면서  라덴의 부인들(복수임) 어린 자녀들의 안녕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확인하는 참모진이 있었다고 한다. 군사작전 펼쳐  카에다 나쁜 놈들 여러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여자랑 아이들은 다치게 하면  된다고 걱정해 주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예  하면 모를까 특수부대까지 동원하는 마당에 이게 가능할까 싶은게  그랬다. 또한  라덴의 사후 네이비씰은 그의 시체를 가져와서 진짜  라덴인지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혹시 엄한 사람 죽여놓고  라덴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그가 살아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망신이기 때문인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오바마가 매우 훌륭한 연설가인 사실은 수많은 그의 연설을 들어봐서 알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훌륭한 저술가임을 이 회고록을 읽고 나서 확인할 수 있었다. 헌법 전문가이자 변호사였던 그의 문장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articulation)하는데 아주 탁월했기 때문에 복문의 긴 문장이 부담스럽기보다는 필수 불가결하게 느껴졌다.


숙제와도 같던 Part Two 리뷰도 마쳤으니, 한동안은 좀 가벼운 책을 그냥 즐기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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